‘푸조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사치를.’
단순하고 검소했던 푸조의 인테리어를 예상하고 ‘407HDi 쿠페’(사진)에 타보고 흠칫 놀랐다.
럭셔리 스포츠카처럼 고급스러운 브라운색의 질 좋은 가죽이 대시보드에서부터 의자까지 뒤덮여 있었다. 잘 훈련된 병사들이 칼같이 줄을 맞춰 행진을 하는 것처럼 질서정연한 가죽의 바느질과 깔끔한 마무리는 지금까지 봐 왔던 푸조의 모습이 아니었다.
과잉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실용주의를 일관되게 유지해 왔던 푸조에 이런 면이 있었다니. 그것도 서툰 솜씨가 아니라 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능청스럽게. 푸조는 아직도 3000cc를 초과하는 승용차는 만들지 않는다.
시동을 걸었다. V형 6기통 2720cc 디젤엔진은 가솔린엔진인 척하며 조용하게 회전을 시작했다. 가속페달을 밟아 회전을 올려도 스포티한 저음 외에 칼칼한 디젤의 신음소리를 내지 않았다.
최대출력 205마력, 최대토크 44.9kg·m 덕분에 차는 비교적 시원스럽게 가속된다. 실제 측정한 시속 100km까지 가속은 8.7초였다. 제원상 최고속도는 시속 230km지만 GPS측정기는 234km까지 찍혔다.
조용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강력한 디젤엔진. 게다가 연료소비효율까지 좋다. 이제 가솔린엔진이 설 땅은 어디란 말인가.
승차감은 쿠페 스타일답게 적당히 단단한 편이다. 그렇다고 독일산 쿠페만큼 거칠지는 않아서 노면이 고르지 못한 서울시내 운전도 큰 부담이 없었다.
핸들링의 날카로움은 중상급이다. 최고급 스포츠타이어인 피렐리 ‘P제로’의 덕도 보는 듯했다. 흔들림 없이 코너를 돌아나가는 능력이나 급하게 차로를 바꾼 뒤 빨리 제자리를 찾는 모습이 스포츠 쿠페로 손색이 없었다.
스포티한 성능, 럭셔리한 실내, 날렵한 외부디자인, 높은 연비. 모두 좋다. 그럼 푸조에 얼마를 지불하면 될까. 세단형 2000cc급이 4100만 원이니 쿠페는 5500만 원쯤이면 될까.
그러나 가격표는 6400만 원이 붙어 있다. 푸조가 가죽 인테리어와 타이어의 값을 너무 높게 책정한 것은 아닐까. 한국의 도로에서 407 쿠페는 포르셰만큼이나 보기 힘들 듯하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