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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동서남북/‘폭행식 처벌’은 이제 그만

입력 | 2007-05-11 06:57:00


대구시교육청은 9일 학생을 때리거나 폭언을 일삼은 중학교 교사 2명을 직위해제했다.

또 경북도교육청은 지난달 수업시간에 엉뚱한 짓을 상습적으로 한 중학교 교사를 직위해제했다. 직위해제는 그 자체로 징계는 아니지만 해당 교사가 함량 미달이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수업을 못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며칠 전 대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생 체벌을 괴로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또 지난해에는 대구의 한 고교 교사가 지각을 했다는 이유로 학생을 무자비하게 때려 전국적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 같은 사례들이 논란이 되는 이유를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전에는 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을 마구 때려도 ‘사랑의 매’니 ‘교육적 체벌’이니 하면서 합리화되는 경우가 많았고, 학부모나 학생도 그냥 넘기곤 했다.

하지만 이제 교육 수요자와 소비자로 등장하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는 폭행 수준의 체벌을 학생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교사의 지도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최근 말썽이 된 사례는 모두 관할 교육청에서 먼저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선 것이 아니다.

해당 학부모들이 분을 삭이지 못해 민원을 제기하고 다른 학부모들의 공감대가 확산되자 교육청이 부랴부랴 사태 해결에 나선 측면이 강하다.

체벌의 필요성이나 역효과에 대한 논란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문제는 체벌의 방식이다. ‘체벌=폭행’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아동보호법이 매우 엄격한 미국에도 학생 체벌은 있다. 하지만 방식은 다르다. 뺨을 때리거나 걷어차는 식의 체벌이 아니라 ‘디텐션’(학교에 남아 숙제 등을 하면서 반성의 시간을 갖도록 하는 벌)이 흔하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달초(撻楚)’라는 체벌이 있었다. 자식이나 학생이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 회초리로 종아리를 때린 것이다. 그리스, 로마시대에도 회초리가 체벌 도구로 사용됐다.

교원단체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학교에서 체벌을 완전히 추방하자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교육당국이 고민해야 할 점은 체벌 추방 결의 이벤트가 아니라 체벌의 방식이 아닐까. 달초나 디텐션이 ‘말썽’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