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은행들은 미국의 애국법 때문에 돈세탁 은행으로 지정된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과 거래가 금지돼 있는데, 미국 은행을 통해 BDA의 북한 자금을 제3국으로 인출하는 게 가능한가.
투자은행가 출신으로 미국평화연구소(USIP)에서 한반도문제자문단(Korea Working Group)을 이끌고 있는 한국계 존 박(John Park) 씨가 홍콩의 미국 투자은행들이 BDA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북핵 2·13 합의의 이행을 교착상태에 빠뜨린 BDA 문제를 푸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외신들이 10일 전했다. USIP는 미 의회의 자금 지원을 받는 독립연구소.
이 방식은 우선 마카오 당국이 BDA를 '부실 은행(distressed)'으로 지정하고 북한 자금 2500만 달러를 종이회사인 '특수목적회사(SPV)'로 분리해둔다.
마카오 당국은 이어 BDA에 새 자본을 투입한 뒤 이를 경매에 내놓고 북한에는 SPV에 분리해둔 북한 자금과 같은 액수인 2500만 달러 상당의 브리지론을 해준다.
북한에 준 브리지론은 BDA의 은행인가증을 미국 투자은행들에 판 수익금으로 충당한다.
박 씨는 이렇게 되면, "북한이 빌린 브리지론은 미 재무부의 돈세탁은행 지정과 무관한 돈이 되므로, 북한이 원하는 어떤 은행으로도 송금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미국 투자은행들로선 BDA를 인수함으로써 급성장 중인 마카오 시장에 발판을 마련하게 되는 이점이 있다.
외신들은 박 씨가 홍콩에 있는 미국의 투자은행들과 협의한 이러한 제안이 미 정부 당국과도 협의된 것인지는 설명하지 않았지만, "이와 별개로"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이 9일 브리핑에서 북한이 2500만 달러를 미국 은행의 계좌로 송금하도록 허용하는 것을 검토할 것임을 시사한 점을 지적했다.
매코맥 대변인은 "관련 금융기관들이 안심하고 이런 거래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재무부의 의견이 필요하다면, 재무부가 이를 알아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씨의 이러한 제안에 대해 외교부 한 관계자는 "해법의 한 시나리오로 생각해볼 수는 있겠지만, 현재 관계국 당국 간 협의되고 있는 방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방안은 다른 모든 방식이 실패했을 경우 실제화할 수도 있겠지만, BDA를 부실은행으로 처리하는 것 자체를 마카오 당국이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2·13 합의의 1단계 조치 이행 조건으로 BDA자금을 신용있는 은행으로 송금함으로써 국제금융체제에 접근할 수 있게 되기를 원하고 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