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세상을 훔치다/반칠환 글·홍승진 사진/237쪽·9800원·평단문화사
우리는 책을 보며 세상을 이해하고 책을 읽으며 나 자신의 정체성을 키워 나간다. 독서는 골방에서 이루어지지만 결국 세상과 소통하는 창(窓)과 같으며 바로 이 점에서 독서는 논술의 밑바탕이 된다. 논술 역시 세상과 나의 바람직한 관계를 찾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각자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고 자신만의 세계를 이뤄 나간 독서가들과의 인터뷰 내용을 담고 있다. 시인에서 화가, 영화감독, 그리고 개그맨까지 책을 징검다리로 삶의 의미와 힘을 얻은 열여덟 명의 행복한 책읽기는 책의 위대함과 독서의 소중함을 말해 준다.
이들에게 독서란 무얼까? 어떤 이는 독서가 밥과 같다고도 하고 어떤 이는 산소와 같다고도 한다. 또 독서는 평생의 친구이자 반려자라는 이가 있는가 하면 위대한 스승이라는 이도 있다. 한마디로 이들에게 독서란 먹고 자고 숨 쉬는 일상이며 삶 그 자체다.
독서를 통해 이들은 무엇을 배울까? 물론 내가 원하는 해답을 찾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책을 읽는 더 근본적인 이유는 책이 자신의 의문을 선명하게 해주는 까닭이다. 여러 분야의 책, 다시 말해 나와 다른 생각은 내가 갖고 있는 관점을 다각도로 비춰 줌으로써 상대와 나를 새롭게 발견하도록 한다.
한마디로 독서는 너(대상 세계)에게 가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로 가는 여행이며 나를 찾아가는 독도법인 셈이다.
어린 시절 독서가 삶에 미친 효과와 독서의 대가라 할 그들이 꼽는 책을 알아 가는 건 이 책을 읽는 재미가 아닐 수 없다. “이룩할 수 없는 꿈을 꾸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싸워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움을 하는….” ‘돈키호테’의 대사는 한 사람의 삶의 방향을 일깨운다. 또 밥풀 묻은 세계지도와 ‘톰 소여의 모험’은 나만을 위해 사는, 단조롭고 초라한 삶보다 힘없는 다수를 섬기는 삶의 계기가 된다.
이 책의 특징은 단연 수많은 사진이다.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표정들, 그리고 부러움과 감탄의 대상인 이들의 서가는 과연 어떤 관계일까?
다양한 질문으로 이루어진 인터뷰와 대답을 솜씨 있게 요약하고 감칠맛 나게 옮겨 놓는 글 솜씨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책이 없는 방은 영혼이 없는 육체와 같다”는 말이 있다. 분명 책은 사람이 만든다. 하지만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사실 또한 분명하다. 이 책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더욱더 자기 자신을 키워 나간다면 좋지 않을까?
문재용 서울 오산고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