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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女마라톤수영 챔피언 마로니 씨 “난 뇌성마비”

입력 | 2007-05-12 03:02:00

자신이 선천성 뇌성마비 장애인임을 고백한 호주 수영선수 수지 마로니 씨가 지난해 영연방 국가들의 올림픽인 2006 호주 멜버른 커먼웰스 대회를 앞두고 시드니 하버브리지를 배경으로 영국 여왕이 전달한 바통을 들고 있다. 사진 출처 멜버른 2006 닷컴


장애 이긴 ‘가족 사랑’

‘지극한 정성이 돌 위에 꽃을 피웠다.’

뇌성마비 장애인이지만 이를 딛고 세계 마라톤수영 챔피언으로 우뚝 선 한 여성의 드라마 같은 삶과 그가 장애를 이겨내도록 온갖 노력을 기울인 한 가족의 극진한 헌신이 알려져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호주의 시드니 모닝 헤럴드지는 영국 해협(563km) 최단시간 왕복 횡단 기록을 보유한 수영 선수 수지 마로니(32) 씨가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뇌성마비 장애인이라고 털어놓은 사실을 10일 보도했다.

마로니 씨는 숀이라는 남동생과 뇌성마비 장애인 쌍둥이로 태어났다. 마로니 씨의 어머니인 폴린(62) 씨는 “딸은 태어났을 때부터 오른쪽 몸을 움직일 수 없었으며 아들은 힘이 하나도 없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폴린 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의사를 통해 수영이 근육을 만들어 주고 건강에 좋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자식들에게 생후 6개월 때부터 수영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가족의 노력도 눈물겨웠다. 마로니 씨의 아버지와 3명의 언니 오빠 모두 수영장에 등록하고 함께 헤엄을 치면서 서로 격려해 주었다.

쌍둥이 남매가 학교에 갈 무렵 이웃과 학우들까지도 이들이 뇌성마비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할 정도였다. 마로니 씨도 아이들의 놀림을 받을까봐 누구에게도 자신의 비밀을 말하지 않았다.

끊임없는 노력 끝에 마로니 씨는 16세에 벌써 영국 해협 여성 최단시간 왕복 횡단 기록을 세우게 됐고 이후에도 지금까지 깨지지 않는 각종 기록을 남겼다.

남동생 숀 씨도 강철 체력의 소유자로 철인3종경기 선수로 활동했다. 하지만 그는 27세 때 하와이에서 훈련하다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마로니 씨는 자신이 뇌성마비 장애인이라는 사연을 털어놓게 된 배경에 대해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고 장애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 부모님이 너무 자랑스러웠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얼마 전 아빠에게 ‘내 장애에 대해 이제는 말하겠다’고 하자 아빠는 울기만 했다”고 덧붙였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