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5월은 봄꽃이 만개하는 화사한 달이지만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이들에겐 반갑지 않은 시기다. 환경성 질환인 천식을 포함해 알레르기성 질환이 세계적으로 급속히 늘어나는 추세다. 유럽연합의 몇몇 국가에서는 어린이 4명 중 1명 이상이 알레르기성 질환을 앓는 것으로 추정한다.
한국도 1964년 3.4%에 불과했던 어린이의 천식증상 유병률이 계속 증가하면서 최근 8∼9%로 조사돼 3배 가까이로 늘었다. 이제 천식은 소아 만성질환 중 가장 흔한 질환으로 분류된다.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한국천식알레르기협회와 서울대 보건대학원이 2005년 실시한 ‘천식의 사회적 비용과 환자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 연구조사 결과를 보면 2003년의 천식 유병률은 4.19%다.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의료비, 약제비, 생산성 손실을 포함해 2조484억 원이다. 환자의 삶의 질에 영향을 주는 비용까지 합하면 4조 원이 넘는다.
천식은 환자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정신적 경제적 피해를 준다. 만성질환에 걸린 가족이 있으면 나머지 가족은 신체적 심리적 경제적 부담을 갖는다. 부담감이나 스트레스가 해결되지 않고 쌓이면 가족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천식을 앓는 성인은 정신적 스트레스가 정상인의 두 배인 것으로 알려졌다. 천식이 있는 어린이는 일상 활동의 제한으로 자신감이 떨어지고 심리적 정서적 장애와 함께 학업에 지장을 받는다.
알레르기 질환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사회적 부담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원인을 규명해 제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일은 기초 데이터의 확보다. 한국은 기초 의학 데이터의 조사와 유지 관리에 대한 정부 지원과 대책이 크게 미흡하다.
최근 대한소아알레르기 호흡기학회의 창립 20주년 기념학술행사에서 학회 산하 역학위원회가 알레르기 질환 유병률을 발표했다. 1995년부터 5년마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방법으로 실시하는 연구여서 한국에서 발표된 역학 관련 통계 중 유일하게 국제적으로 인용된다.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띄는 내용은 다른 알레르기성 질환이 증가하는 데 비해 천식은 변화가 없었다는 점이다. 소아 천식의 조절을 위한 교육과 홍보, 그리고 효과적인 치료가 도움을 주었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연구비가 부족해 중학생을 포함하는 전국적 단위의 조사는 하지 못했다. 조사 때마다 애로사항으로 지적되는 점은 학생이나 학교 당국의 소극적인 태도다.
효과적인 국민건강 증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질환의 유병률, 발생률, 위험도와 같은 기본적 역학 자료를 지속적으로 만들고 관리해야 한다. 한국도 질병 예방을 위한 기초 연구에 관심을 기울이고, 국가 차원에서 더욱 적극적인 지원과 투자를 해야 할 때가 왔다.
김규언 전 대한소아알레르기 호흡기학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