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자동차는 2005년 한국의 쌍용자동차를 인수했다. 한중(韓中) 간 자동차 기술격차를 줄이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었다.
2006년에는 인도 가전업체 비디오콘이 한국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결국 조건이 맞지 않아 무산되긴 했지만 비디오콘으로선 가전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였다.
포스코는 같은 해 인도 철강업체 미탈스틸이 룩셈부르크의 아르셀로를 합병하면서 세계 1위의 철강업체가 되자 바짝 긴장했다. 일각에서 포스코도 미탈스틸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과 인도 산업자본들이 한국 기업을 인수합병(M&A)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뛰고 있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몇 년간 해외 금융자본이 한국 기업을 집중적으로 인수하던 양상과 비교하면 인수 주체에서 큰 차이가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3일 내놓은 ‘친디아(중국+인도) 산업자본이 몰려온다’라는 보고서를 통해 “최근 중국과 인도의 산업자본이 해외 금융자본을 제치고 국내 M&A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산업자본 주도형 M&A는 같은 업종이나 유사 업종의 기술과 브랜드, 사업 권리 등 필요한 자산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지므로 적대적 M&A도 마다하지 않는 공격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소유 지분이 분산돼 지분을 사 모으기 쉽고 △외국인 지분이 높으며 △친디아 국가들이 집중 육성하고 있는 원자재나 산업재 분야 및 핵심기술 보유 기업이 적대적 M&A의 대상이 되기 쉽다고 덧붙였다.
이 보고서는 이런 움직임에 맞서기 위해서는 국내 기업이 해외 산업자본의 적대적 M&A 시도에 대비할 수 있는 법률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국내 자본의 경쟁력을 키워 해외에서 M&A 경쟁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을 엄격하게 분리하고 있는 국내법이 국내 자본의 성장을 막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이주량 연구위원은 “휠라코리아가 휠라 본사를 인수한 것처럼 국내 산업자본도 해외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국내에도 세계 수준의 투자은행(IB)을 육성해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해외 진출 물꼬를 터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