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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폭행' 잠적 인물들 줄줄이 자진 출두

입력 | 2007-05-14 11:52:00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력 사건 해결에 있어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됐던 인물들이 한동안 종적을 감췄다가 김 회장 구속 직후부터 약속이나 한 듯 줄줄이 경찰에 자진 출두하고 있어 그 배경과 진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회장이 구속된 지난 11일에는 캐나다로 도피한 범서방파 행동대장 오모 씨의 부하 조직원 3명이, 12일에는 사건 당일 오씨의 명령을 받고 조직원들을 동원한 데 적극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김모 씨가 경찰에 자진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이어 13일에는 경찰이 전담반까지 두고 소재를 찾는 데 주력했던 핵심 목격자인 김 회장 차남의 친구 이모(22) 씨가 경찰에 자진출두했다.

이씨는 김 회장 차남의 초등학교 동창으로 보복폭행 사건이 벌어진 3월8일 김 회장 측과 피해자인 S클럽 종업원을 제외하고는 폭행현장 3곳을 모두 목격한 유일한 제3자로서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될 것으로 주목받았으나 지금껏 잠적해 있었다.

하지만 경찰의 기대와 달리 이씨는 김 회장 부자가 피해자들을 직접 때리긴 했지만 흉기를 사용한 장면은 못 봤다고 말해 흉기 사용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김 회장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진술을 했다.

이씨와 같은 날 경찰에 나온 청담동 G가라오케 사장 장모 씨도 경찰에서 김 회장의 진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투선수 출신인 장씨는 사건 당일 자신이 실제 사장으로 있는 G가라오케로 피해자들을 데려오고 윤모 씨를 통해 폭력배를 동원하는 한편 북창동에서 S크럽 지배인 박모씨를 직접 때린 혐의를 받고 있는 주요 피의자 가운데 하나다.

이 뿐만 아니라 14일에는 범서방파 출신으로 강남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나모 씨가 경찰에 나올 예정이다.

압수수색 결과 나씨의 가게에서 사건 당일 한화그룹 법인카드가 사용된 적이 있어 경찰은 나씨가 오씨와 한화 사이의 중간다리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일제히 종적을 감췄던 이들이 김 회장의 구속을 기점으로 경찰에 줄줄이 자진출두하고 있는 것은 김 회장이 자신의 `단순 폭행' 혐의까지를 인정하고 나선 데다 더 이상 계속 수사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자신들이 한화 측과 조직적으로 결탁해 사건 은폐시도를 하고 있다는 의혹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김 회장 차남의 친구 이씨는 경찰에 나와 "사건이 갑자기 언론에 크게 보도됐고 한화측에서 청계산에 가지 않았다고 주장해 겁이 나 연락을 끊고 PC방을 전전했을 뿐 한화의 비호를 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경찰 안팎에서는 그의 말을 크게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보복폭력 사건의 피의자이거나 피의자들과 가까운 관계에 있는 이들이 한화 관계자들과 직접 연락을 취하며 출두 시기를 조율하기까지는 않았더라도 최소한 `분위기'를 파악한 뒤 어느 선까지 말을 맞춰야 할지를 저울질 했을 거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김 회장이 단순 폭행사실만 인정하고 법정형이 높게 예상되는 쇠 파이프 사용, 조직폭력배 동원 혐의를 부인하는 `혐의 굳히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이들도 김 회장의 기존 진술 수준에서 말을 맞춰 `지원사격'을 하려는 의도가 있는게 아니냐는 것이다.

통신수사 결과 등을 토대로 범행을 전면 부인하던 김 회장 측의 혐의를 하나씩 밝혀내고 있는 경찰이 향후 수사를 통해 뒤늦게 김 회장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이들의 진술상 허점을 발견해 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