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세계 항공기 제조업의 '숨은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아이치(愛知)현 나고야(名古屋)시에 있는 항공우주시스템제작소 오에(大江)공장에서 미국 보잉의 787기에 사용될 '주 날개'를 완성해 13일 공개했다. 보잉이 항공기 주 날개를 제작을 외부에 맡긴 것은 처음이다.
특히 787은 보잉이 내년 새로 선보이는 차세대 주력 항공기다. 좌석 수는 210~250개에 이르며 대당 가격은 155억 엔(1240억 원)가량.
미쓰비시중공업은 787의 주 날개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제조업 강국 대표주자로서의 실력을 한껏 과시했다.
아사히신문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미쓰비시중공업은 탄소섬유와 수지를 복합시킨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을 사용해 중량을 줄이면서 강도를 높였다. 이에 따라 연비는 종전보다 20% 향상됐으며 정비비용도 30% 삭감할 수 있게 됐다.
미쓰비시중공업은 또 항공기 주 날개 제조공정에 컨베이어 벨트방식을 최초로 도입했다.
길이가 30m에 이르는 주 날개 골조가 컨베이어를 타고 이동하면 종업원들이 정해진 순서에 따라 작업을 하는 방식. 지금까지는 파손우려가 있는 부품이나 자재는 이동시키지 않는다는 것이 항공기 제조의 상식이었다.
보잉 787 제조에 참여한 기업은 미쓰비시중공업뿐만이 아니다. 가와사키중공업은 앞부분 동체를, 후지중공업은 주 날개와 동체를 연결하는 중앙 날개를 제조하고 있다.
787 기체 제조의 35%를 일본 기업들이 맡다보니 보잉 측에서는 '메이드 위드 저팬(Made with Japan)'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1970년 대 후반 선보인 보잉 767과 1990년대 중반 취항한 보잉 777의 기체 제조에서 일본 기업이 차지한 비율이 각각 15%와 21% 수준이었다. 일본의 기술력에 대한 평가가 급속히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일본 내 항공기생산액도 가파른 증가세다. 지난해의 경우는 1조1889억 엔(약 9조5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25%나 늘었다.
첨단기술의 경연장인 항공기 제조업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비중과 의미를 갖고 있다.
일본 항공기제조업의 도약은 특히 우리에게는 잠시 부러워하고 잊어버릴 일이 아니다.
787 주 날개가 완성된 오에공장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의 주력 전투기인 '제로센(零戰)'을 생산한 곳이다.
도쿄=천광암특파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