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같은 업종의 기업들이 서로 협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부문을 중심으로 2000년대 초부터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연구개발(R&D)의 효율성을 높이고 한국 대만과의 경쟁에 함께 대응하기 위해서다.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진영에서는 2003년 마쓰시타와 히타치, NEC 등이 공동 출자해 R&D 회사인 ‘차세대 PDP 개발센터(APDC)’를 만들었다.
액정표시장치(LCD) 생산업체들은 2004년부터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사업인 ‘퓨처 비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기술 노하우를 고수하기 위해 외자(外資)계 기업은 이 프로젝트에서 배제됐다. 삼성과 합작회사를 세운 소니도 참가시키지 않았다.
반도체 부문에서도 협력이 활발하다. 일본 유일의 D램 생산업체인 엘피다 메모리와 비메모리 전문업체 르네사스는 일본의 반도체 기업들이 합작 설립한 회사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국경을 넘어선 협력이 추진되고 있다.
2005년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당시 미국의 릭 왜거너 GM 회장과 독일의 디터 체체 다임러크라이슬러 회장, 헬무트 판케 BMW그룹 회장은 하이브리드 차량 개발을 위해 협력한다고 발표했다.
엔진과 전기모터를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 기술에서 앞서가는 일본 도요타를 따라잡기 위해서였다. 고급차 시장의 ‘영원한 라이벌’인 벤츠와 BMW가 손을 잡은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아우디, 폴크스바겐, 포르셰 등 독일계 3사도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