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칼자루 바꿔쥔 박상천…이젠 범여권 통합 살생부 거론

입력 | 2007-05-16 03:00:00

박상천 민주당 대표.


#2007년 5월

범여권 진영의 통합 논의 과정에서 이른바 ‘박상천 살생부’가 회자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및 중도개혁통합신당 양 쪽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민주당의 박 대표가 통합의 3대 전제조건을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가 공언한 3대 조건은 △열린우리당과의 당 대 당 통합은 ‘도로 열린우리당’이기 때문에 하지 않는다 △통합신당은 중도개혁을 지향하기 때문에 ‘좌편향 진보인사’는 함께할 수 없다 △‘국정 실패에 책임이 있는 인사’들이 신당에 들어오면 대선에서 이길 수 없기 때문에 배제한다 등이다.

그가 특정 인사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명한 것은 아니지만 ‘좌편향 진보인사’나 ‘국정 실패에 책임이 있는 인사’ 등의 분류법에 따르면 이해찬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정동영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천정배 의원,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등 대선주자군이 모두 배제 대상이 된다. 이광재 의원을 비롯한 친노 의원들은 말할 것도 없다.

현 정부 초반 ‘역적 중의 역적’으로 지칭됐던 그가 이번에는 거꾸로 열린우리당의 핵심 인사들은 받지 않겠다며 목소리를 높이자 정치권에서는 “벌써 4년이 지났구나”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박 대표의 ‘특정 그룹 배제론’은 범여권의 통합 논의의 향방에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범여권 진영의 제 세력을 하나의 틀로 묶는다는 열린우리당의 ‘대(大)통합’ 구상은 좌초 위기에 처했다. 열린우리당은 “통합의 걸림돌”이라며 박 대표 고립 작전에 나섰으나 여의치 않아 보인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민주당과 중도개혁통합신당, 열린우리당 추가 탈당 세력 등이 참여하는 ‘소(小)통합’ 논의가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은 이들을 대상으로 다자간 물밑협상에 착수했다.

특히 지난달 결렬됐던 중도개혁통합신당과 민주당이 16일 협상을 진행키로 해 협상 타결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무조건 특정 그룹을 배제하면 통합의 취지에 어긋나므로 ‘단계적 수용’ 혹은 ‘조건부 수용’ 등으로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민주당 일각에서도 나온다.

‘배제 대상’으로 지목된 정동영 전 의장은 평화방송에 출연해 “백지장도 맞들어야 하는데, 어떤 사람이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기준을 만들 권리를 부여받을 수 있느냐. 국민도 수긍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