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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싹트는 교실]서울 성일초등학교

입력 | 2007-05-16 03:00:00

“우리학교 사랑해요” 성일초교는 수준별 수업과 기초학력 책임지도제를 의욕적으로 도입해 모든 학생이 공부 잘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다. 5가지 분야의 실력을 길러 주는 인증제도 그중 하나다. 수영수업을 받고 있는 학생들. 박영대 기자


《서울 강동구 성내동 성일초등학교에선 교실을 찾아다니는 아이들의 발자국 소리로 복도가 가득 차면 수학 수업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한 교실에 앉아 온종일 똑같은 수준의 수업을 듣는 여느 초등학생들과는 다르다. 이 학교 2, 3학년생은 자신의 눈높이에 맞춰 수학의 세계로 이끄는 선생님들의 설명에 귀를 쫑긋 세운다.》

일선 학교에선 학생들의 학습 능력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수준별 수업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지만 쉽게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이동식 수업을 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환경과 교사들의 반발, 반 편성에 따른 학부모 사이의 위화감 등이 걸림돌이다.

‘학생 맞춤식 학습’을 강조하는 김휘경(51) 교장이 올해 초 수준별 수업을 도입했을 때 학부모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자녀가 수준이 낮은 반에 편성될까봐 우려했던 것.

김 교장과 2, 3학년 교사들은 수학 교과서를 7가지 과정으로 세분화하는 묘안을 짜냈다. 연산, 도형, 그래프 등 단원별로 시험을 치러 반 편성을 매번 달리했다. 반 이름도 빨간반, 노란반 등으로 지었고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성적을 알려주지 않고 자꾸 반을 바꿨다.

김 교장은 “영어회화를 하는 아이와 한글도 못 읽는 아이가 한 교실에 섞여 있다”면서 “뒤처지는 아이들을 조기에 잡아주지 않으면 영영 낙오된다”고 학부모들을 설득했다.

수준별 이동수업으로 인해 교사들의 업무 부담은 늘어났지만 아이들의 실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이 학교는 내년부터 영어와 수학 과목에 대해 4, 5, 6학년까지 단계적으로 수준별 수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2학년생 김영은(9) 양은 “선생님의 설명이 지겹지 않고 잘 알아들을 수 있어 수학 시간이 재밌다”고 말했다. 쌍둥이 아들이 2학년에 재학 중인 홍동희(37·여) 씨는 “쌍둥이도 실력이나 취향이 천차만별이기 마련”이라며 “학교의 맞춤형 수업 덕분에 학원에 다닐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이 명예교사로 나서 학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을 지도하는 ‘기초학력 책임 지도제’도 큰 힘이 되고 있다. 명예교사 최경심(37·여) 씨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집에서 한글을 못 배운 아이를 일대일로 가르쳤더니 책을 술술 읽더라”면서 기뻐했다.

성일초교는 5가지 분야에서 인증제를 실시하고 있다. 영어 컴퓨터 수영 독서 줄넘기를 각각 5∼10급으로 나눠 아이들이 일정 수준에 오를 때마다 인증서를 주고 있다. 1분에 영어타자 300타를 치면 컴퓨터 1급을 주는 식이다.

공부나 운동을 싫어하던 아이도 인증서와 등급별 스티커를 모으고, 수영 급수에 따라 색깔이 다른 팔찌를 받는 재미를 들였다. 이 때문에 성일초교 졸업생은 영어회화와 수영 실력이 수준급이라는 소문이 났다.

성일초교는 맞벌이 부부가 많은 지역적 특성에 맞춰 방과후 학교 운영비와 급식비 등을 직장에서 인터넷을 이용해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췄다. 또 보육교실을 운영하는 한편 학교 수영장을 개방해 지역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