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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해맞이 방해하는 마구잡이 조형물

입력 | 2007-05-16 06:54:00


‘울산 간절곶은 각종 조형물 집합소?’

한반도 해변에서 새해 일출 시간이 가장 빠른(올해는 오전 7시 31분 24초) 울산 울주군 서생면 간절곶에 작가 불명의 조형물이 난립해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간절곶 표지석 바로 옆의 석재 반구대 암각화 모형(높이 5m). 울산의 대표적인 문화재인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를 음각해 만든 이 모형은 온산공단 내 S사가 2001년 5000만여 원을 들여 세운 것으로 기증 회사의 이름만 있을 뿐 작가는 없어 순수 예술품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또 바닷가 경관이 빼어난 곳에는 화강암으로 만든 높이 3m 크기의 ‘치술령 신모(神母)상’과 ‘어부상’ ‘거북상’ 등이 설치돼 있으나 역시 작가 이름이 없다.

한 관광객은 울주군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신라 충신 박제상의 부인을 뜻하는 치술령 신모상은 세 모녀가 모두 조선시대 복장을 하고 있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바로 옆의 거북상(높이 5m)은 이 지역 출신 기업가가 개인 자격으로 세워 놓았다.

특히 간절곶 표지석 옆 묘지 옆에는 모 금융기관이 높이 3∼5m 되는 암석 5개를 ‘풍년동산’이라는 이름으로 세워 놓거나 눕혀 놓았다. 작가의 이름도 없는 이 조형물에는 남녀 성기가 적나라하게 나타나 있어 “가족 나들이객이 많은 간절곶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밖에도 수십 개의 나무 장승과 국내 모 유명가수의 노래비, 콘크리트 팔각정, 그네 등 10여 종류의 조형물이 간절곶에 설치돼 있다. 하지만 울주군에는 간절곶 조형물 관리대장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여기에다 울주군은 올해 말까지 20억여 원을 들여 간절곶 앞바다에 돌고래 조형물 7개를 설치할 계획이다.

울주군은 “울주군의 7개 산봉우리를 영남알프스에서 ‘울주 7봉’으로 명명한 것에 의미를 두고 돌고래 조형물 7개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울산지역 문화계 인사는 “호미곶과 정동진 등에는 상징적인 조형물이 있는 반면 간절곶에는 작가 이름도 없고 별 의미도 없는 조형물만 마구 설치돼 있다”며 “간절곶이 ‘잡동사니 조형물 집합소’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조형물 설치 이전에 전문가의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