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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Travel]시승기/링컨 MKZ

입력 | 2007-05-17 02:54:00


개성 넘치고 세련… 미국차 링컨 맞아?

“이게 미국차 링컨이라고?”

링컨 MKZ의 첫인상이다. 웅장하지만 투박하고, 점잖지만 세련되지 못한 기존 미국 대형차와는 차원이 다르다. 개성이 넘치고 미래지향적이다.

겉모습은 미국이 자존심을 접고 변화를 인정한 듯싶다. 하지만 인테리어와 주행 성능은 외모의 변화속도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링컨은 최고급차로 시대를 풍미했다. 이름에서 풍겨 오는 위엄과 장대한 풍채가 남달랐다. 하지만 세련된 일본차와 고성능의 독일차가 속속 등장하면서 링컨은 고루한 구형차로 전락하기 시작했다.

일본차나 독일차 탓만은 아니다. 자동차 종주국이자 최대 소비국이라는 허울을 못 벗고 변화를 거부한 탓이 더 크다. 이런 의미에서 MKZ는 미국차의 변화를 상징한다.

변화는 앞모습에서 두드러진다. 선이 굵은 라디에이터 그릴은 링컨의 고전미를 살리면서도 현대적이다. 보닛을 가로지르는 두 줄 무늬와 은빛 사이드 미러는 미래형 디자인을 담았다. 둔하게 생긴 후면 램프와 펑퍼짐한 트렁크 라인은 아쉬움을 남긴다.

인테리어는 동양인에게는 장단점이 뚜렷하다. 실버톤의 센터페시아(중앙조작부)와 황금빛의 우드 그레인은 색다르고 고급스럽다.

그러나 내부는 덩치 큰 미국인 체형에 맞춰져 불편했다. 우선 대시보드가 너무 높아 시야가 좁다. 시트가 낮고 깊어 키가 177cm인 기자도 시트를 여러 번 조정해야 했다. 송풍구나 각종 버튼도 큼직큼직하다. 전체적으로 투박해 보인다.

성능도 전형적인 미국차 그대로다.

잘 닦인 직선 도로에서는 미국차가 진가를 발휘한다. 출력과 서스펜션을 도심 운전에 꼭 맞게 최적화해 승차감이 차분하고 부드럽다.

특히 세계 10대 엔진으로 꼽히는 신형 듀라텍 3500cc V형 6기통 엔진은 연료의 완전연소율을 높여 출력을 알뜰하게 끌어낸다. 각 기어 단계에서 알맞은 토크와 변속시점을 끌어내는 신형 6단 자동 변속기도 부드러운 주행감의 비결이다.

문제는 너무 물렁한 서스펜션이다. 구불구불한 길이나 거친 노면, 낮은 요철에도 출렁이며 힘들어했다. 부드러운 서스펜션에 비해 운전대는 무거운 편이라 핸들링 반응 속도는 한 박자 늦었다.

링컨이 갈수록 겸손해지고 있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한국 고객의 요청에 따라 이달부터 판매하는 모델을 대상으로 차값의 변동 없이 내비게이션을 장착해 판매하고 있다. ‘미국에, 미국에 의한, 하지만 세계를 위한’ 자동차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업체 측이 내놓은 공식 연료소비효율은 L당 8.4km, 가격은 4390만 원이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