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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정치세력 홍보 국가방송 동원 논란

입력 | 2007-05-18 02:59:00

정치세력화 의혹을 받고 있는 ‘참여정부평가포럼’의 이병완(대통령정무특별보좌관) 대표 특강을 장시간 방영하기로 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한국정책방송(K-TV) 사옥. K-TV는 국정홍보처 산하 영상홍보원이 운영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국정홍보처 산하 영상홍보원이 운영하는 한국정책방송(K-TV)이 정치세력화 의혹을 받고 있는 ‘참여정부평가포럼(참평포럼)’의 이병완(대통령정무특보) 대표 특강을 장시간 방영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K-TV는 19일 오전 8시부터 1시간 반 동안 ‘파워특강-참여정부 4년 평가와 선진한국 전략’이란 제목으로 이 대표의 특강을 방영한다. 매주 토 일요일 오전에 방송되는 파워특강은 주로 정책 현안에 대해 각 부처 공무원 또는 관련 분야 교수가 출연해 설명하는 프로그램.

이 대표는 이날 방송에서 참여정부에 대한 올바른 이해 및 평가 관련 내용을 강의한다. 이 대표의 특강은 이날 본방송 외에도 19, 20일 오후와 21일 오전 등 세 차례 재방송될 예정이다.

문제는 K-TV가 참여정부 출범 기념일(2월 25일)이 3개월 가까이 지난 시점에 특별한 계기도 없이 참평포럼이 기치로 내세우고 있는 사안을 방송한다는 점.

파워특강은 2월 25일 참여정부 출범 4주년을 맞아 ‘참여정부 4년의 의미와 향후 방향’(김병준 대통령정책기획위원장 강연)을 1시간 반가량 방영했고 재방송까지 했다.

이후 이 대표 특강 전까지 참여정부 평가와 관련된 다른 강연은 마련되지 않았다.

반면 지난달 말 ‘참여정부의 본 모습을 국민에게 정확히 전달하는 유통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발족된 참평포럼은 최근 충남 천안시에서 워크숍을 열고 전국 조직화 방안을 논의하는 등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방송의 취지가 참여정부의 평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참평포럼 띄우기’의 일환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 측 정기남 공보실장은 “국민의 60%가 참평포럼은 해체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이미 참평포럼에 대한 평가는 끝났다”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 고쳐야지 국민이 진저리 칠 정도로 고집하는 것이 과연 ‘참여’인지 의문”이라고 비난했다.

참평포럼에는 이 대표 외에도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 씨, 김만수 전 청와대 대변인,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대표를 지낸 명계남 씨 등이 공동집행위원장으로 있다. 김 정책기획위원장과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이강철 전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 이백만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등은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방송 시간과 재방송 횟수도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국정홍보처 측은 “이 대표 강연만 특별히 시간을 늘린 것이 아니다. 비슷한 시간의 다른 강연도 있으며 재방송도 보통 두세 차례씩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K-TV 편성표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의 방송 시간은 오전 9시∼9시 50분이며 보통 45∼50분 진행됐다. 지난해 3월부터 120여 편이 방송됐지만 이 중 50분을 넘긴 것은 ‘참여정부 4년의 의미와 향후 방향’(97분·2월 25일), ‘한미 FTA와 한국경제’(71분·4월 16일) 등 두 차례뿐이다.

재방송도 일부 예외는 있지만 다른 강연들이 대개 본방송 당일 오후에 한 차례인 데 반해 이 대표 강연은 3일 동안 세 차례 방송된다.

이에 대해 국정홍보처는 “참여정부에 대한 공정한 평가를 하자는 취지로 기획된 것”이라며 “어떤 다른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