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 ‘강아지똥’의 작가 권정생(사진) 씨가 17일 오후 2시 17분 대구가톨릭대병원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0세.
1937년 일본 도쿄(東京) 뒷골목에서 노무자의 아들로 태어난 고인은 광복 직후 귀국했다. 가난한 집안 형편으로 초등학교를 겨우 마친 고인은 각지를 떠돌며 고단한 삶을 이어가다 병을 얻었다.
19세 때 폐결핵에 걸린 것을 시작으로 신장결핵 만성심부전 등 오랜 기간 투병생활을 했다. 방랑생활을 하던 고인은 1968년 경북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의 시골 예배당 문간방에 정착한 뒤 ‘종지기’로 살아 왔다.
고인은 1969년 단편 동화 ‘강아지똥’으로 월간 기독교교육이 주관하는 제1회 아동문학상을 받으면서 등단했다.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 않던 강아지똥이 자신의 몸을 녹여 민들레꽃을 피운다는 이 얘기는 아동문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고인은 1984년 대표작 ‘몽실언니’를 발표했다. 1950년대 초 전쟁이 빚어낸 가난과 폭력, 죽음 앞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소녀의 이야기는 TV 드라마로 방영되면서 유명해졌다.
이 밖에 ‘사과나무밭 달님’ ‘하느님의 눈물’ ‘한티재 하늘’ ‘민들레 그림책’ 등의 작품을 남겼다. 그의 작품들은 한결같이 자연과 생명, 어린이, 이웃에 대한 사랑을 담고 있다. 고인은 제1회 한국아동문학상(1975년)과 제22회 새싹문학상(1995년)을 받았다.
결혼도 하지 않고 홀로 산 고인은 유족이 없다. 장례는 6·15 민족문학인협회와 민족문학작가회의가 공동 주관하는 민족문학인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경북 안동시 안동병원, 발인은 20일 오전 9시. 054-820-1679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