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건강을 위해서는 몸속 혈당치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김수현 씨. 흰 설탕 등 혈당치를 급격히 올리는 성분은 삼가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원대연 기자
식생활 상담 전문 약사 김수현 씨가 말하는 ‘뇌 건강 지키는 식습관’
아이를 똑똑하게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30, 40대 부모들의 잠재의식 속에 들어 있는 중요한 숙제다. 많은 부모들이 특수 교구를 이용해 자녀를 가르치고 조기 교육에 열을 올린다.
그러나 그보다 더 앞서 챙겨야 할 것이 있다. 음식이다. 사람의 몸은 세포로 구성돼 있고 세포는 음식을 통해 그 구조와 기능을 유지한다. 뇌도 세포다.
약사이면서 지난 10여 년 동안 식생활 상담 전문가로 활동한 김수현(41) 씨를 만나 두뇌와 음식의 관계에 대해 들었다. 김 씨는 생리학과 생화학 지식을 활용해 식생활 부조화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강연과 상담 활동을 해 왔다. 최근에는 책 ‘내 아이 똑똑하게 만드는 천재 밥상’(휴먼&북스)을 냈다.
○현미밥과 혈당 유지
머리를 좋게 하는 음식을 딱 한 가지만 꼽아달라는 질문에 ‘현미밥’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두뇌는 그 무게가 체중의 2%에 불과하지만 하루에 섭취한 에너지의 20%를 혼자서 사용한다. 게다가 포도당을 따로 저장하는 조직도 없다. 혈당이 부족해지면 뇌의 모든 기능이 떨어진다. 현미밥을 꼭꼭 씹어 먹는 방식으로 포도당을 천천히 흡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흰 설탕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간 음식은 혈액 속 혈당치를 빠르게 상승시키기 때문에 삼가는 것이 좋다. 이런 음식은 인슐린 분비를 과도하게 촉진시켜 음식 섭취 후 4∼5시간 안에 저혈당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이런 혈당의 요동이 반복되면 아이들의 집중력과 기억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혈당의 요동을 막기 위해서는 오후 4시쯤 현미 등으로 만든 천연 간식을 먹이는 것이 좋다.
처음 현미밥을 시도할 때는 오래 불리고 물의 양을 많게 해서 질게 짓는 것이 중요하다. 소화 장애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소화를 위해 꼭꼭 씹어 먹으면 뇌의 혈류량을 증가시키는 방식으로 두뇌 활동을 돕는다.
○채소, 데치거나 발효시킨 게 좋아
현미의 씨눈 속에 들어 있는 비타민과 미네랄은 음식을 에너지로 만드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도정이 많이 된 흰쌀밥에는 이런 성분이 부족하다.
비타민과 미네랄은 잘 알다시피 채소에도 많다. 하지만 생으로 먹는 것보다는 데치거나 발효를 시켜서 먹는 것이 더 좋다고 김 씨는 설명한다. 데치거나 발효를 시키면 채소의 세포벽이 허물어져 그 속에 있는 비타민과 미네랄을 흡수하기가 훨씬 더 쉬워지기 때문이다. 또 데쳐서 먹는 나물은 서양식 샐러드보다 부피가 작아 훨씬 더 많은 양을 섭취할 수 있다.
오메가3 지방산은 뇌 세포를 구성하는 중요한 성분이다. 견과류에는 오메가3 지방산인 리놀렌산이 많이 들어 있다. 그러나 냉동고나 냉장고에 오래 보관하면 쉽게 산패한다.
불포화지방산이 많은 등 푸른 생선도 냉동고에 오래 보관하면 산패하기 때문에 좋지 않다.
김 씨는 신선한 견과류를 까서 바로 먹을 것과 얼리거나 말리지 않은 신선한 생선을 바로 조리해서 먹을 것을 권했다.
○아침은 반드시 먹어야
10년 동안 식생활 전문가로 활동한 그가 뇌 건강을 지키기 위해 제안한 방식은 우리 귀에 익숙한 것들이다.
아침은 반드시 먹어야 한다. 아침부터 혈당의 요동을 겪게 되면 점심과 저녁식사도 어그러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른 식사도 제때 해야 한다. 한번 끼니를 거르면 다음 식사에서 폭식이나 편식을 하게 된다. 식사 횟수가 줄면 혈당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져 먹는 양과 상관없이 만성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아이들에게는 하루에 네 끼를 먹이라고 권한다. 오후 3∼4시에 ‘주식 같은 간식’을 내놓고 저녁은 조금 늦춰 오후 7∼8시에 주는 방식이다.
빵이나 햄버거 등을 밥 대신 먹이는 것은 금물이다. 혈당 유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만약 패스트푸드로 끼니를 때우게 된다면 그런 식품을 먹고 난 뒤 몸에 어떤 불편한 상태가 생기는지 아이 스스로 관찰하도록 유도한다.
두뇌를 좋게 한다는 음식은 소박하다. 현미오곡밥, 시래기 된장국, 들깨 미역국, 잣 호두 땅콩 조림, 김 파래 무침, 등 푸른 생선찜, 냉이 씀바귀 취나물 등 제철나물 무침, 참깨 잣 두유 등이다.
김 씨는 “두뇌를 좋게 하는 ‘만능약’ 같은 음식을 기대하면 곤란하다”며 “기본적인 영양학 지식을 바탕으로 제때에 음식을 차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