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가 약 11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18일 증시에서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1만2000원(2.12%) 떨어진 55만4000원에 거래를 마쳐 작년 6월 15일(55만3000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밀렸다. 삼성전자는 전체 주식시장 상승 기조와는 거꾸로 가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올해 들어 약 12% 급등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삼성전자는 오히려 11% 떨어졌다.
한국의 대표기업으로서 수년간 지수 상승을 이끌어 온 삼성전자가 시장 평균 수익률에 한참 못 미치는 형편없는 성적으로 곤두박질친 이유는 무엇일까. 또 이대로 주저앉을지, 그렇지 않다면 언제쯤 재기의 날갯짓을 할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
상당수 증시 전문가들은 대체로 삼성전자에 대해 낙관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올 하반기(7∼12월)엔 삼성전자 주가가 다시 한번 기지개를 펼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실제 외국인들은 삼성전자에 대해 올 4월 이후 순매입(매입액에서 매도액을 뺀 것)으로 돌아서 이달 17일까지 1조2668억 원어치 주식을 순매입했다.
○ 반도체, 올 1분기 영업이익 3분의 1로 뚝
삼성전자의 지난해 실적과 최근 반도체 가격 동향을 비교하면 주가 급락의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인 약 6조9000억 원 중 반도체 부문은 약 5조 원을 차지했다. 하지만 반도체 가격(DDR2 512Mb 기준)은 지난해 12월 평균 6달러에서 이달 18일엔 1.74달러로 급락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4분기(10∼12월) 1조6600억 원에 이르던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올 1분기(1∼3월)엔 5360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
신영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예상보다 반도체 가격 하락 폭이 컸고, 하락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며 “월별 반도체 부문 이익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2분기(4∼6월)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2001년 이후 처음으로 1조 원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증시에선 실적 악화뿐 아니라 삼성전자가 ‘차세대 성장 동력’을 확보하지 못한 데 따른 실망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신증권 측은 “삼성전자 전략은 신규 수익원을 발굴하는 위험을 안기보다 기존 사업구조에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높이려는 구조”라며 “높은 성장을 유지하려면 이익의 상당 부분을 새로운 성장 엔진을 찾는 데 써야 할 것”이라고 했다.
○ “2분기가 바닥”… 올림픽 등 LCD 수요 증가 기대
증시에서는 대체로 삼성전자 실적이 2분기 바닥을 친 뒤 하반기에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D램 가격이 더는 떨어지기 어려울 만큼 바닥권에 진입한 데다 삼성전자 이익의 30∼40%를 차지하는 휴대전화와 액정표시장치(LCD) 부문의 실적이 지난해보다 좋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LCD 수요는 크리스마스 등으로 하반기에 늘어나는 데다 2008년 베이징(北京) 올림픽 특수(特需)까지 예상돼 한동안 호조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신영증권 이 연구원은 “3분기(7∼9월) 영업이익은 2분기보다 늘어난 1조56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며 “주가도 이를 반영해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투자증권 박영주 연구원도 “현재 주가는 실망스러울 것으로 예상되는 상반기(1∼6월) 실적이 반영됐다”며 “올해 주가가 과거 최고치인 74만 원까지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교보증권 김영준 연구위원은 “삼성전자가 현재의 주력 사업 외에 새로운 캐시 카우를 찾지 못하면 하반기 실적 개선으로 인한 주가 상승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한국 증시의 주도주로 재부상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