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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경제읽기]에어버스 모기업 구조조정 사르코지 개혁 ‘시

입력 | 2007-05-19 03:01:00


16일 취임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신임 대통령이 초반부터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취임한 날 저녁 베를린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실무 만찬을 가졌다. 취임식이 끝나자마자 대통령 직무를 시작한 것. 그는 기자회견에서 ‘유럽의 통합’을 첫 번째 과제로 꼽았다. 그리고 유럽연합(EU) 헌법 부활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점을 시사했다. 많은 사람의 예상대로였다.

두 번째로 꼽은 과제는 예상 밖이었다. 에어버스의 모기업인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의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얘기를 꺼낸 것. 나란히 서서 듣던 메르켈 총리와 독일 정부 관계자들도 깜짝 놀라게 한 발언이었다. 프랑스와 독일이 경영권을 공동으로 쥐고 있는 EADS의 구조조정 같은 민감한 얘기가 두 정상의 첫 만남에서 제기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 못했기 때문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EADS의 정상화를 위해선 두 국가가 똑같이 나눠 갖고 있는 지배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가 좀 더 지배권을 확대하겠다는 내심을 밝힌 것. EADS는 초대형 항공기 A380의 제작 차질로 위기에 빠졌으며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선 대규모 구조조정이 시급하다. 하지만 프랑스와 독일의 공동 경영체제 아래서 양국은 서로 책임을 미루고만 있을 뿐 인력 감축엔 소극적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17일에는 프랑스 남부 툴루즈에 있는 에어버스 본사를 방문했다. 그는 경영진과 만나 구조조정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노동조합 관계자들과 인력 감축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EADS가 최근 채택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에 따르면 프랑스의 에어버스에선 4300명을 해고해야 한다. 이에 노조는 파업과 시위로 반발하고 있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은 회사의 정상화가 우선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이번 사안에 대한 사르코지 대통령의 행보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단순히 EADS의 정상화 문제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대선 기간에 줄곧 노동시장 유연화와 자유주의 시장 경제를 강조했다. 또 ‘기업가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했다. 이번 문제의 해결 방식을 통해 그는 ‘사르코지식 개혁’의 방향을 분명히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금동근 파리 특파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