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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속의 오늘]1962년 먼로, 케네디 생일축하 노래

입력 | 2007-05-19 03:01:00


그녀는 무대에 오르기 전부터 관중의 애간장을 태웠다. 사회자의 거듭된 소개에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어쩌면 각본이 그렇게 짜여 있었는지도 모른다.

한참이 지난 뒤 무대에 등장한 그녀. 총총거리며 무대 앞으로 걸어 나왔다. 사회자는 이날 행사의 주인공에게 정식으로 그녀를 소개했다.

“대통령 각하, 지각한 메릴린 먼로입니다.”

1962년 5월 19일 미국 뉴욕의 매디슨스퀘어 가든.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생일잔치에 1만5000여 명이 참석했다. 말이 생일잔치이지 사실은 정치자금 모금 행사였다.

사회자가 먼로의 흰색 밍크코트를 벗겨 주자 관중석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몸에 딱 달라붙는 원피스. 촘촘히 박힌 수천 개의 구슬이 조명을 받아 반짝거렸다.

지각한 먼로는 마이크를 쥐고도 뜸을 들였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는 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장내에 그대로 전달됐다. 그러고는 노래를 불렀다.

“해피 버스데이 투유∼, 해피 버스데이 투유∼, 해피 버스데이 미스터 프레지던트….”

느리면서도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에는 요염과 관능이 넘쳐흘렀다.

빠르고 경쾌한 생일 축하곡이 이날은 먼로의 입술을 거치며 케네디 대통령을 향한 세레나데로 바뀌었다.

미국의 일간지 뉴욕데일리뉴스는 이 노래의 가사를 이렇게 적었다.

‘Haaappy Biiirthday to youuuu….’

미국의 언론 재벌 ‘허스트’그룹의 한 칼럼니스트도 “먼로가 대중 앞에서 대통령에게 구애(求愛)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대를 뛰어넘는 ‘섹스 심벌’ 먼로와 케네디 대통령의 염문설이 증폭된 것도 이 무렵이다.

가장 섹시한 생일 축하곡을 들은 케네디 대통령의 기분은 어땠을까. 무대에 오른 케네디 대통령의 첫마디가 관중을 폭소에 빠뜨렸다.

“그토록 달콤하고 건전한 생일 축하 노래를 들었으니 이제 정계에서 은퇴할 수 있겠군요.”

대통령이 ‘은퇴’를 언급했지만 실제로 ‘은퇴’를 한 건 먼로였다. 이날 행사는 사실상 먼로의 마지막 대중 공연이 됐다. 11주 뒤인 8월 5일 먼로는 숨졌다. 공식 사인은 약물 과다 복용.

먼로가 이날 입었던 드레스에는 ‘해피버스데이’라는 애칭이 붙었으며 1999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약 126만 달러에 팔렸다.

옷은 남았지만 먼로가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노래를 불렀는지는 여전히 수수께끼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