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 모인 정치권 노무현 대통령(왼쪽)이 18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27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김경제 기자
극장에서 만난 3인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손학규 전 경기지사(왼쪽부터)가 18일 광주 시내 한 극장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 ‘화려한 휴가’의 제작발표회에 나란히 참석했다. 광주=연합뉴스
18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의 5·18민주화운동 27주년 기념식장.
행사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지역주의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한편 ‘민주세력 무능론’을 강하게 반박했다. 그러나 연단 아래에 앉은 비(非)한나라당 대선주자 대부분은 노 대통령의 연설에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최근 노 대통령과 설전을 벌였던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기념식에 참석하지도 않았다.
▽‘민주세력 무능론’ 민망=노 대통령은 이날 “정말 입에 올리기도 가슴 아픈 일이지만 우리 정치에 아직도 지역주의가 남아 있다”며 “지역주의는 어느 지역 국민에게도 이롭지 않다. 오로지 일부 정치인에게만 이로울 뿐이다”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지역주의를 극복하지 않고는 정치인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정치를 보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이대로 가면 부패정치가 되살아날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열린우리당 해체를 주장한 정동영, 김근태 전 의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최근 정, 김 전 의장을 비판하면서 ‘호남-충청 연합론은 지역주의’라고 주장한 바 있다. 광주 시민들에게 열린우리당 해체 및 민주당과의 합당 반대를 직접 호소한 것.
또 노 대통령은 “요즘 민주세력임을 자처하는 사람 중에도 민주세력이 무능하다거나 실패했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참으로 민망하다”며 “군사독재가 유능하고 성공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냐. 군사정권의 업적은 부당하게 남의 기회를 박탈하여 이룬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 번 더 하자”=기념식을 마친 노 대통령은 광주 전남지역 경제인과의 오찬에서 “국민의 정부 정책, 참여정부 정책으로는 대세를 바꾸기에 역부족이다. 한 번 더 하자”며 정권 재창출을 역설했다.
2차 국토균형발전계획과 관련해서는 “대통령 선거판에 국회에 내놓고 밀어붙여 보자”며 “‘사실 선거공약은 어음 아니냐. 그런데 우리가 통과시켜 달라는 법은 수표’라면서 해볼 것”이라고 대선전 입법 추진 방침을 밝혔다. 이 계획의 핵심은 지방 이전 기업에 법인세 경감 등 많은 혜택을 주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어 농담조로 “대운하를 만든다는 사람도 있고 하니까 건설 물량은 끊임없이 나올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건설 공약’을 빗댄 것.
▽‘현 정부 성공 못한 것은 객관적인 사실’=이날 행사에 참석한 민생정치모임 천정배 의원은 노 대통령의 ‘민주세력 무능론’ 반박에 대해 “민주화 세력의 자기비판에 대해 언짢은 말씀을 하셨다. 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국민의 기대만큼 성공하지 못한 것은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노 대통령도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이나 중도개혁통합정당 김한길 대표, 민주당 박상천 대표 등 정당 대표들에게 의례적인 악수만 건네고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김 전 의장, 한명숙 전 국무총리, 김혁규 의원 등 열린우리당 내 예비 대선주자들은 행사장에서 함께 앉았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고교-대학 동기인 김 전 의장의 옆자리에 앉아 담소를 나눴다. 그러나 민생정치모임 천 의원은 이들과 떨어져 앉았다.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원래 국회에서 온 인사와 행정부 인사의 자리가 따로 정해져 있었는데 정치인들이 자기 마음대로 앉더라”고 말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광주=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