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지면을 장식하며 프랑스를 뒤흔들고 있는 인물은 여자 국가대표 수영선수인 로르 마노두(20·사진). 그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프랑스에 52년 만의 첫 금메달을 안겼다. 미모까지 갖춘 마노두의 인기는 급상승했다. 얼마 전 조사에선 축구 영웅 지네딘 지단을 제치고 가장 인기 있는 선수로 뽑혔을 정도.
그런 그가 최근 이탈리아행을 선언했다. 남자 친구 루카 마린(21) 때문이다. 마노두는 지난해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이탈리아 국가대표인 마린을 만나 한눈에 반했다.
마노두는 프랑스로 돌아온 뒤 마린과의 통화 때문에 훈련을 게을리 하더니 급기야 마린과 함께 살기 위해 이탈리아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프랑스 수영계가 발칵 뒤집혔다. 내년 베이징(北京) 올림픽에서도 마노두에게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 수영계는 행여나 마노두가 마린과 결혼해서 국적을 이탈리아로 바꾼 뒤 이탈리아 대표로 출전하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다.
주간 누벨 옵세르바퇴르는 최근호에서 “월드컵의 충격에서 벗어나려는 와중에 이탈리아는 또다시 그녀를 빼앗아 갔다”고 한탄했다. 마노두의 이탈리아행이 지난해 월드컵 결승전에서 프랑스가 이탈리아에 패한 것에 비교할 정도로 충격적이라는 것.
마노두는 이런 논란 와중에 “프랑스도 이탈리아도 아닌 내 일생의 사랑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프랑스 수영계로서도 이젠 마노두를 놓아 줄 수밖에 없는 상황. 프랑스로선 “프랑스 국적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한 마노두의 약속이 지켜지기만을 바라고 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