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모 종합병원의 조화(弔花) 폐기장. 소담스럽던 국화가 어느 고인의 죽음처럼 소리 없이 사라져 갑니다. 이곳에서만 하루 130여 묶음의 쓰고 남은 조화가 처리됩니다. 며칠 동안 문상객을 맞던 조화는 장례가 끝나자마자 이렇게 공장으로 보내져 시들기도 전에 폐기됩니다. 머나먼 길을 떠나는 고인의 발걸음을 마지막까지 지켜 주면 좋으련만, 천덕꾸러기로 변한 조화는 아쉽게도 먼저 길을 접습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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