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미국 대선에 출마할 유력 정치인들 가운데 표밭의 동향에 따라 핵심이슈에 대한 태도를 바꾸지 않은 사람이 드물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0일 보도했다.
공화당의 유력 후보로 부상 중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예전엔 낙태 권리를 지지했으나 최근 반대론으로 돌아섰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50개주 가운데 가장 먼저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치러지는 뉴햄프셔 주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보수표를 의식한 탓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경선후보 가운데 지지율 3위인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은 네바다 주 유카 산에 핵폐기물을 비축하는 데 찬성표를 던졌으나 최근 네바다 주가 코커스(당원대회) 일정을 앞당기자 비축 계획 반대로 돌아섰다.
이라크 주둔 미군 조기 철군 반대라는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는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도 자동차 대체연료로 거론되는 에탄올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최근 수정했다. “에탄올은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말해 온 그는 에탄올 연료로 쓰이는 옥수수 밭이 많은 아이오와 주를 의식해 보조금 지급에는 반대하지만 대체연료로는 가치가 있다고 뒤늦게 강조하고 나섰다.
미국 선거전에서도 ‘소신이 이리저리 바뀌는 정치인(flip-flopping politician)’이란 이미지는 때로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2004년 대선 당시 조지 W 부시 후보 측은 당시 민주당 후보로 이라크전을 비판해 온 존 케리 상원의원이 870억 달러 규모의 이라크전 전비 지출에 대해 찬성표를 던졌으며 그 후엔 또 전쟁 반대투표를 하는 등 오락가락했음을 강조하는 선거광고를 집중적으로 내보내 큰 상처를 입혔다.
하지만 상황과 정보,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정치인의 견해가 바뀌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매케인 의원의 지지자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상황의 변화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채 과거 견해에만 매달려 있다면 유권자들에겐 쓸모없는 정치인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