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개발원의 조사 결과 고교 간 학력 격차가 최고 4배까지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학력 격차를 감추기에 급급한 나머지 소외 지역 학생들을 방치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 수학의 경우 중소도시 지역의 한 고교가 100점 만점에 평균 85.39점을 기록했으나 읍면 지역의 한 고교는 20.77점으로 점수 차가 4배가 넘었다. 지난해 9월 전국 128개 일반고 학생 7582명을 상대로 실시한 학업능력검사를 분석한 결과다.
이 조사에서 읍면 지역의 평균 점수는 서울시, 광역시, 중소도시와 큰 차이가 났다. 읽기는 광역시 고교들이 평균 63.18점으로 가장 높았으나 읍면 지역은 44.8점에 그쳤다. 읽기 40점, 수학 20점짜리 졸업생은 평생 소외 계층으로 살아갈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읽기 계산하기 등 사회생활을 해 나가기 위한 최소한의 기초능력도 갖춰 주지 못하는 것은 국가의 직무 유기다.
서울의 학력이 낮게 나타난 것은 뜻밖이다. 서울, 광역시, 중소도시, 읍면 지역 가운데 서울은 읽기 수학 과학 모두 3위에 그쳤다. 상식을 깨는 이 사실은 전부터 감지됐던 것이다. 2002년부터 3년간 서울의 6개구는 고교 졸업생 1000명당 4명 정도를 서울대에 진학시키는 데 그쳤다. 이는 광역시 평균 9.6명보다 적은 것은 물론 충북의 8.96명, 강원의 8.33명보다 떨어진다. 서울에도 교육 사각지대가 많다는 증거다.
정부는 학력 관련 자료를 숨기기에 급급했다. 서울행정법원이 지난해 9월 “수학능력시험 자료를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는데도 교육부는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정부가 이처럼 국민의 눈귀를 막고 있으니 병세가 악화될 수밖에 없다.
현 정권이 학력 격차를 숨기는 것은 소외 계층을 배려한다고 자랑하는 정치구호와도 맞지 않는다. 정부는 학력 격차가 공개되면 평준화의 실패가 드러날 게 두려워 어떻게든 막으려는 듯하다. 하지만 저소득층 자녀들이 더 나은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실상이 공개되어야 대책을 세울 수 있다. 해당 지역에 우수 교사를 배치하고 교육예산을 크게 늘려 줘야 할 것이다. 그래야 소외 지역에도 희망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