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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노무현-DJ, 정권 재창출 合作나섰나

입력 | 2007-05-22 02:59:00


노무현 대통령은 19일 광주지역의 시민단체 인사들과 만나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의(大義)지만 그 다음이 대세(大勢)”라며 “내가 속한 조직의 대세를 거역하는 정치는 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전날 5·18민주화운동 기념사에서 범(汎)여권과 민주당 간의 통합 논의를 ‘지역주의로의 후퇴’라고 규정했던 데서 180도 방향을 바꿔 통합의 고리를 풀어 준 것이다.

같은 날 독일 방문에서 돌아온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국민이 바라는 것은 양당제”라며 지론인 범여권의 통합을 거듭 강조했다. 그제는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만나 “북한이 손 전 지사에게 적극적인 것 같다”고 격려까지 했다. 손 전 지사는 DJ의 ‘햇볕정책’의 계승자를 자처해 왔다.

그동안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을 강조하면서 지역 연합에 반대했고, DJ는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한나라당)만 잡으면 된다’는 더 유연한 자세를 취했다. 그러던 두 사람이 대통합을 합창하며 전면에 나선 것은 통합신당 논의가 지지부진해 범여권이 사분오열되면 대선은 해 보나 마나라는 절박감 때문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이런 행보는 구태의 전형이다. 친노(親盧)세력의 온존과 햇볕정책의 유지를 위해서라면 이념, 지역, 인물을 가리지 않고 반(反)한나라당 세력을 하나로 모으겠다는 것이니 패거리 정치, 잡탕 정치와 다름없다. 대선 때면 외곽에 별도의 지지 그룹을 만들었다가 선거가 임박하면 통합하는 DJ의 전형적인 ‘헤쳐 모여’ 수법이기도 하다. 두 사람 앞에서 민주 정당정치의 근간인 책임정치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우스울 정도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국민’이니 ‘대의’니 좋은 말만 골라 쓰고 있다.

더 가관인 것은 두 사람의 발언을 놓고 대통합을 주장하는 열린우리당과 ‘실정(失政) 책임이 있는 인사 배제’를 주장하는 민주당이 “대통합을 지지한 말씀” “원론적 표현일 뿐”이라며 다투고 있는 모양새다. 영락없는 3김 시대 보스정치의 재판이다. 범여권은 이제라도 노무현과 DJ가 과연 우리 정치의 미래인지 가슴에 손을 얹고 자문(自問)해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