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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뷰티]나쁜 습관이 턱 모양을 바꾼다

입력 | 2007-05-23 03:00:00


음식 한쪽으로 씹거나 괴면 불균형… 콤플렉스 원인 되기도

《“한턱 내∼!”

주위 사람에게 좋은 일이 생겼을 때 흔히 이렇게 말한다.

여기서 ‘턱’은 신체 부위인 ‘턱’이 아니라 남에게 베푸는 ‘음식이나 접대’를 뜻한다.

1980년대 코미디 프로에서 유행했던 “잘될 턱이 있나∼”의 ‘턱’도 마찬가지. 턱을 치며 하는 말이지만

신체의 턱과는 무관한 의존명사의 하나다.》

○재물복과 능력을 상징

턱은 코 아래에 있는 부위로 치아가 붙어 있는 뼈를 모두 턱(jaw)이라 부른다. 턱의 아랫부분은 턱 끝(chin).

턱 끝이 앞으로 나오면 주걱턱이라고 한다. 턱 끝의 모양에 따라 사각턱, 붕어턱, 조개턱, 긴 턱 등으로 부른다.

관상학에서 사람의 얼굴은 하늘과 땅, 사람을 축소한 작은 세상을 의미한다. 그중 턱은 땅에 속하며 재물복과 능력, 50세 이후의 말년 가정운을 나타낸다.

자연스러운 둥근 턱이나 갸름한 턱은 어떤 환경에서도 잘 적응하고 운도 많이 따른다고 한다. 반면 사각턱이나 뾰족한 턱, 주걱턱, 무턱, 좌우가 비대칭인 턱 등은 관상학적으로 좋지 않다.

턱이 지나치게 크면 고집스럽고 강한 인상을 주고 작으면 약하고 우유부단한 인상이 된다. 또 입이 튀어 나오면 세련되지 못한 느낌을 준다.

○세계를 지배한 주걱턱 왕가

독일, 스페인, 오스트리아 등 여러 나라에서 왕을 배출해 유럽 최고의 명문 가문으로 꼽힌 합스부르크 왕가는 대대로 주걱턱이다. 세력을 넓히고 확고히 하기 위해 집안끼리 결혼한 탓이다. 같은 핏줄 간의 결합으로 주걱턱의 유전적 요인이 더 강해져 가문의 내력으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 합스부르크 왕가를 ‘주걱턱 왕가’로도 불렀다.

역사상 가장 심한 주걱턱을 가진 왕은 17세기 스페인을 통치한 카를로스 2세다. 그는 아래턱이 너무 심하게 튀어나와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음식조차 씹기 힘들었다고 한다. 물론 합스부르크 가문 출신이다.

프랑스 루이 16세의 왕비였던 마리 앙투아네트는 하얀 피부와 푸른 눈, 금발 머리와 오뚝한 코를 지닌 완벽한 미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그녀 역시 합스부르크 왕가의 여성이어서 주걱턱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앞으로 튀어나온 아랫입술과 주걱턱은 가장 큰 콤플렉스이자 불만의 대상이었다.

○동양인은 주걱턱, 서양인은 무턱

신체 골격은 인종과 민족에 따라 차이가 난다.

서양인은 키가 크고 가슴과 엉덩이가 발달한 반면 동양인은 키가 작고 체구가 왜소하다. 얼굴도 서양인은 코가 오뚝하고 쌍꺼풀이 짙지만 동양인은 쌍꺼풀이 없고 코가 낮다.

턱 모양에서도 서양인과 동양인은 서로 다른 특징을 보인다.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 사람들은 얼굴형이 둥글면서 서양인에 비해 주걱턱이 많다. 대한치과의사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한국 국민의 15∼17%가 주걱턱이라고 한다. 반면 서양인들은 아래턱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아 무턱인 사람이 많다.

아프리카계 흑인은 입술이 두툼하고 입이 튀어나온 ‘붕어 입’을 가진 사람이 다른 인종에 비해 유난히 많다.

이는 식습관의 영향 때문인데 동양인은 초식을 많이 해 턱이 발달했지만 서양인은 부드러운 육식의 비중이 높아 턱이 발달하지 않았다. 아프리카계 흑인은 딱딱한 것을 뜯어 먹거나 음식물이 깊숙이 들어가 있는 것을 핥아먹는 식습관으로 입이 앞으로 튀어나왔다.

○공격할 땐 턱을 들고, 외로울 땐 괸다

영화 ‘어 퓨 굿맨’에는 잭 니콜슨이 턱을 들어 올리며 문제를 일으킨 장교를 질책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턱을 내밀고 상대방을 무시하며 업신여기는 대사를 한다.

톰 크루즈는 문제를 일으킨 병사의 진술을 들으며 턱을 문지른다. 진술 내용이 의심스럽다는 뜻이다.

이처럼 턱과 연관된 행동을 통해 그 사람의 심리를 알 수 있다.

철학자가 사색에 잠길 때는 대개 턱을 만진다. 배우들이 생각하는 것을 표현할 때도 턱을 만지작거린다.

‘어 퓨 굿맨’에서처럼 턱을 내미는 동작은 공격을 나타내고 턱을 당기는 것은 방어의 표시이자 절대 복종을 의미한다.

남녀 간의 대화 도중 한 손으로 턱을 괴는 행동은 대화 내용이 지루하다는 뜻이다. 여성이 두 손으로 턱을 고일 때는 누군가에게 위안을 받고 싶어 하는 욕구의 표현.

○콤플렉스가 유독 심한 턱

턱으로 인해 자신감을 잃는 경우도 있다.

얼굴에서 턱은 유난히 콤플렉스의 강도가 세다. 사각턱의 여성은 얼굴이 넓적해 보여 헤어스타일을 선택하거나 모자를 쓸 때도 제약을 받는다. 잘못 했다간 얼굴이 더 사각형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주걱턱을 가진 사람들의 콤플렉스 강도는 더 심하다. 앞으로 나온 턱을 의식해 웃을 때 손으로 가리거나 고개를 돌리는 등 평소에도 입 모양에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사각턱과 주걱턱의 소유자들은 사진을 찍거나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꺼리게 된다. 이들의 상당수는 턱 모양을 고치기 위해 성형외과를 찾는다.

○점점 작아지는 얼굴

한국인은 남녀를 불문하고 얼굴과 턱 크기가 작아지는 추세다. 산업자원부 산하 기술표준원의 한국인 체형 정보에 따르면 한국인의 키는 예전보다 커졌지만 얼굴은 작아졌다.

20대의 경우 남성의 얼굴 길이는 20년 전 24.6cm에서 현재는 23.6cm, 여성은 23.3cm에서 22.3cm로 각각 1cm씩 줄었다.

등신지수(키를 얼굴의 길이로 나눈 지수)도 1979년과 비교했을 때 남성은 6.8등신에서 7.4등신으로, 여성은 6.7등신에서 7.2등신으로 커졌다. 물론 키가 커진 영향도 있지만 얼굴 크기가 점점 작아지는 추세를 잘 보여 준다.

○턱의 변형을 부르는 나쁜 습관

사람의 턱은 선천성 기형이 아닌 한 대부분 대칭으로 태어난다.

자라면서 나쁜 습관이나 외상 등에 의해 조금씩 비대칭 얼굴형이 된다. 한 손으로 턱을 괴는 습관, 음식물을 한쪽으로만 씹는 습관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 손으로 턱을 괴면 그쪽 턱을 바깥쪽으로 미는 힘이 작용하면서 한쪽 턱이 커지고 돌출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한쪽으로 턱을 괴면 몸도 비뚤어져 혈액순환이 잘 이뤄지지 않아 큰 얼굴이 될 수 있다.

한쪽으로만 음식을 씹으면 씹는 쪽으로만 턱 근육과 턱뼈가 발달해 나머지 턱과 불균형이 될 수 있다.

아래턱을 내미는 버릇도 장시간 지속되면 주걱턱으로 변할 수 있다. 이를 꽉 깨무는 습관도 주걱턱이나 사각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