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일간지가 암 수술을 많이 하는 병원의 순위를 보도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공개한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한병원협회는 “병원의 동의 없이 수술 관련 자료를 공개한 것은 병원들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심평원과 해당 일간지는 “환자들이 의료기관을 선택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의료와 관련된 통계는 환자나 그 보호자가 병원을 선택하는 데 아주 중요한 판단 요소 중 하나다.
특히 수술 건수는 의료진의 경험이 많고 적음을 알 수 있는 지표다. 문제는 수술을 가장 많이 한 병원이 곧 가장 좋은 병원은 아니라는 것이다. 수술을 많이 했더라도 부작용이 많이 발생하고 입원 기간이 길어 비용 또한 많이 나온다면 좋은 병원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언론에서 수술 건수가 많은 것으로 소개된 병원 가운데는 수술 부작용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많은 병원도 있다. 심지어 일부 유명 성형외과에서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사망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병원 평가를 포함한 의료통계 발표가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 주는 사례들이다.
환자들에 대한 정보 제공 차원에서 의료통계와 병원평가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단순한 수치만 공개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진정으로 환자를 위해 수술 건수를 공개하려 한다면 △수술의 경중 △부작용 발생률 △사망률 △재입원율 △입원 기간 △응급시스템 구축 여부 △간호의 질 △환자들이나 다른 의사들의 평가 등을 모두 공개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렇지 않은 정보 공개는 오히려 환자에게 해가 될 수 있다.
의료전문 신헌준 변호사 j00n3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