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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교 “내안의 ‘숨은 女子’ 보여줄 기회였죠”

입력 | 2007-05-23 03:00:00

“어릴 적 어머니에게서 들었던 황진이를 연기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그런데 실제로 연기를 하다 보니 저보다 훨씬 우아하고 박식하던데요.” 다음 달 6일 개봉하는 영화 ‘황진이’에서 주연을 맡은 송혜교. 김미옥 기자·사진 제공 래핑보아


영화 〈황진이〉로 돌아온 송혜교 인터뷰

송혜교(26)는 인터뷰 내내 몇 번씩이나 ‘도전’이라고 말했다. 머리카락을 찰랑거리며 나타난 그녀는 아직 ‘TV스타’의 모습을 벗지 못했지만 얼굴 표정만큼은 남달랐다. 영화 속에서 독한 얼굴에 눈가의 잔주름이 보일 만큼 그녀도 성장했기 때문이다.

다음 달 6일 개봉하는 영화 ‘황진이’의 그 황진이는 여배우가 되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 기로에 놓인 것도 사실이다. 관객들에게 인정을 받으면 자연스레 해결될 일이지만 만만찮은 일이다. ‘제작비 100억 원’ 같은 수식어가 그녀의 어깨를 누르고 있으니. 그래서 “힘들었다”는 말 대신 이 악물고 “재미있었다”고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드라마 ‘풀하우스’ 여주인공 한지은의 쾌활함, 시트콤 ‘순풍 산부인과’의 오혜교가 내뱉었던 ‘속사포 화법’을 지키려 하는 모습까지. 그녀의 직설화법에는 첫 번째 사극물이자 두 번째 영화 주연작에 대한 도전과 부담감이 녹아 있었다.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무슨 생각을 하며 지내는지 궁금하네요.

“당연히 영화죠. 요즘은 차기작 선정에 신경을 쓰고 있어요. 워낙 귀엽고 발랄한 역을 많이 맡아서 기존의 송혜교에게서 상상할 수 없는 모습으로 변신하고 싶어요. 히스테리 부리는 여인네 같은 것?”

―영화에서는 단아하지만 어딘가 모를 독함이 느껴져요. 그 ‘독함’은 2년 전 첫 주연작 ‘파랑주의보’의 실패 이후 ‘자존심 회복’ 의지 같은데….

“전 스스로 흥행 보증수표가 되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그냥 재미로 하기엔 너무나 큰 작품이기도 했고요. 저한텐 기회였거든요. 다음에 나한테 다시 그 역이 들어오리라는 보장도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고어체 대사 등 모든 것이 낯설었고 초반 6개월은 잠도 제대로 못 잘 정도로 황진이에게 시달렸어요. 하지만 ‘송혜교 위기론’은 듣기 원치 않았어요.”


동영상 촬영: 김범석 기자


동영상 제공 : 래핑보아

북한 소설가 홍석중이 쓴 ‘황진이’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에서 그녀가 주장하는 것은 바로 ‘인간 황진이’였다. 둘의 공통점을 물었더니 “지금 연기하고 광고 촬영하는 내 모습이 그 당시 황진이의 모습 아니었을까요?” 한다. 빠른 말투를 듣고 “초창기 시트콤에서 힙합 청바지 입은 앳된 모습이 남아 있다”고 하니 “어, 저 힙합 청바지 안 입었는데요”라며 바로 지적한다.

―많은 TV스타가 자신이 출연한 영화에 대한 반응이 좋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는데….

“몇 번 고배를 마시면 그럴지도…. 사실 ‘파랑주의보’는 아쉬움이 많죠. 데뷔작이었기에 안전하게 과거 TV에서 보였던 이미지를 내세웠는데 관객들은 지루했나 봐요. 그런데 솔직히 배급 상황도 좋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럴까요? ‘황진이’에서 베드신이 나오는데 영화계에서는 이에 대한 기대가 높아요. ‘송혜교가 제대로 벗으면 300만’이라는 소문도 있어요.

“제 연기를 제대로 안 보는 분들인 것 같네요. 전 전도연, 김혜수 선배님처럼 ‘배우’라기보다는 아직은 ‘스타 송혜교’ 이미지가 많은 걸 알고 있고, 계속 ‘배우’ 소리 들으려고 노력하는 중인데 그런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좋지는 않아요. 이런 상황에서 옷을 벗으면 사람들은 ‘야 걔 몸 어때?’ ‘거기 살은 빼야겠네’ 같은 말만 나올 것 같아서 노출은 되도록 안 하려고 해요.”

―그래도 ‘송혜교, 여인 되다’ 이런 말 나오는데 절반의 성공 아닌가요?

“아휴, 여인이 안 되면 안 되죠. 이제 20대 후반인데… 주위 사람들도 ‘옛날하고 느낌이 다르다’는 말을 하세요. 정말 여자가 되려나 봐요.”

―30, 40대가 된 배우 송혜교를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전 결혼 후에는 1순위가 가족이에요. 연기는 여유가 생기면 할 거예요. 어머니를 보고 배운 건데 지금도 변함없어요. 그러기 위해서 슬슬 남자도 만나야 하고 ‘황진이’도 잘 돼야 하지만 상관없어요. 영화가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즐길 거니까요. 전 황진이를 만난 것만으로도 이미 자부심을 느끼는 중이니까요.”

야외에서의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그녀가 내뱉는 말은 “아휴, 등 따가워 죽는 줄 알았어”였다. 햇볕이 그녀의 등에 내리쬐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당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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