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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매-실외기 필요없는 친환경 에어컨 첫 개발

입력 | 2007-05-23 03:00:00

냉매와 실외기가 필요 없는 에어컨을 개발한 연세대 의학물리학과 박영우 교수, 세실실업 장현익 회장, 연세대 고체물리학과 남균 교수(왼쪽부터). 연합뉴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냉매 가스가 필요 없을 뿐 아니라 실외기를 집안의 에어컨 본체에 벽을 뚫어 연결할 필요가 없는 에어컨이 개발됐다.

연세대는 22일 원주캠퍼스 의학물리학과 박영우 교수와 고체물리학과 남균 교수 연구팀이 냉매를 사용하지 않고 실외 설치기도 없는 에어컨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세대 연구팀은 함께 연구를 진행한 특수직물제조업체인 세실실업과 함께 이날 오전 연세대 알렌관에서 ‘GT-Mc’라는 이름이 붙은 이 제품의 시연회를 열었다.

냉매를 사용하지 않고 ‘열전모듈’이라는 장치를 이용한 에어컨은 이미 미국에서 시판됐으나 전기가 많이 들고 효율성이 떨어져 기계 냉각기나 소형 냉장고 등으로 사용돼 왔다.

박 교수는 “열전모듈의 원리는 이미 나와 있었으나 그 효율을 높이는 신기술로 처음으로 냉매 없이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에어컨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기존 ‘열전모듈’과 함께 새로 개발한 ‘그린키트’를 활용했다. 그린키트를 통과하며 1차로 냉각된 실외 공기가 다시 한 번 열전모듈을 거치면서 2차 냉각돼 냉각 효과가 탁월하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열전모듈은 전류를 흘리면 한쪽은 냉각되고 반대쪽은 가열돼 양쪽 온도 차가 일정한 성질을 가진 반도체 장치이며 그린키트는 고온의 바람을 통과시킬 때 열을 흡수하는 금속성 장치다.

연구팀은 “이 에어컨은 기존 열전모듈을 이용한 에어컨과 달리 같은 전력을 사용할 때 일반 에어컨과 비슷한 수준의 냉방 기능을 발휘한다”면서 “냉매를 사용한 일반 에어컨과 비교할 때도 초기 냉각 속도가 2배 이상 빠르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또 이 에어컨은 여름에 냉방기로, 겨울에는 히터로도 사용할 수 있으며 주요 부품인 열전모듈의 가격이 내려가고 있어 가격 경쟁력도 갖추고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세실실업 장현익 회장은 “열전모듈의 높은 가격 때문에 이 에어컨은 한 대에 300만 원 정도”라며 “가격 경쟁력은 기존 에어컨보다 낮으나 대기업과 제휴를 맺고 대량 생산에 들어가면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각국은 에어컨의 냉매 가스인 프레온가스(CFC)와 그 대체가스인 ‘혼합냉매가스(HFC)’를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보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왔으며 연세대 연구팀은 4년 동안 12종의 실험 모형 개발과 3000여 회에 걸친 실험 끝에 이 제품을 만들었다.

시연회에 참석한 삼성전자, 만도위니아 등 에어컨 업계 관계자들은 “직접 실험을 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박 교수팀의 에어컨이 혁신적인 제품이라고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기존 에어컨과 효율성 및 제작 가격 등을 비교해 상용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