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후보 경선 과정의 최대 관건 중 하나가 검증이다. 예비후보들의 자질과 도덕성, 정책 공약 등에 대한 검증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경선 국면의 판도가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예비후보들의 검증 문제를 총괄하게 될 '국민 검증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은 안강민 전 서울지검장은 23일 "최대한 공정하게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95년 대검 중수부장 재직시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을 총 지휘하면서 47일간의 수사기간 말 한마디와 표정 하나하나, 심지어 숨소리까지 '뉴스거리'가 되면서 이른바 '국민 검사', '인기순위도 1위 검사'로 이름을 날린 바 있다.
하지만 그의 수사 브리핑은 그야말로 애매모호형이었다. 예를 들어 '내일 소환자가 있느냐'는 질문에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정치권의 ○○○씨가 비자금 조성에 관여했다는 말이 있는데'라고 물으면 "검찰은 수사기관이기 때문에 일일이 풍문에 대해 확인하지 않는다"는 식이었다.
안 전 검사장은 이날도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며 최대한 말을 아꼈다. 특유의 '말 조심' 스타일은 10여 년의 세월이 흘러도 그대로였다.
부산 출신으로 경기고-서울 법대를 졸업한 안 전 검사장은 대검 감찰부장 중수부장 등 요직을 거쳐 '검찰의 꽃'인 서울지검장에 올랐으나 '국민의 정부' 들어 한직을 맴돌다 99년 동기인 박순용 씨가 검찰총장에 임명되자 "후진을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사퇴했다.
이후 2004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심사위원으로 한나라당과 인연을 맺었고, 2005년엔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에 의해 이른바 '안기부 X파일' 파문 와중에 '떡값 검사'로 지목되자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해 1년여 만에 일부 승소한 바 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의 법조 선배이기도 하다.
다음은 일문일답.
-검증위원장 통보는 어떻게 받았나?
"어젯밤 강재섭 대표가 직접 전화해서 알려줬다."
-강 대표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는데…?
"개인적으로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다. 검찰 후배니까 알고 지낸 정도다."
-검증 원칙과 방향에 대해 생각을 해 봤나?
"내가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지도 잘 모른다. 백지 상태다."
-검증 문제를 놓고 양대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입장이 서로 다르다. 박 전 대표측은 철저 검증을 주장하고 있고, 이 전 시장측은 네거티브를 막아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검증 대상에 대해서도 위원들과 상의해 봐야 한다. 논의해 보면 방침이나 계획이 서겠지. 나름대로 생각은 하고 있다. 최대한 공정하게 할 것이다."
-검증위원 구성 문제는 당 지도부와 논의한 바 있나?
"이미 위원 구성이 다 끝난 것으로 안다. 위원 인선 문제로 한번 만났으면 싶었는데 당에서 다 정한 것 같다."
-논란의 핵심이 되는 무거운 자리를 맡았는데 각오가 있다면…?
"사람 골병드는 일이 돼서 큰 일이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힘들 일을 맡아 걱정이 태산 같다. 희생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할 것이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