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헤드윅 존 캐머런 미첼을 만난 ‘오드윅’ 오만석(오른쪽). 두 사람은 ‘헤드윅 콘서트’에서 헤어졌던 반쪽이 하나가 되어 온전해진다는 내용을 다룬 노래 ‘사랑의 기원’을 부른다. 그림은 헤드윅이 ‘사랑의 기원’을 부르는 장면에서 나오는 애니메이션. 김재명 기자
《“유튜브에서 당신의 ‘헤드윅’ 공연 모습을 보고 꼭 만나 뵙고 싶었어요!” (미첼) “오늘 만남은 내겐 ‘평생의 사건’이자 너무나 소중한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오만석)
‘원조 헤드윅’과 한국 최고의 ‘헤드윅’이 만났다. 23일 오전 11시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 클럽라운지에 배우 오만석(31)이 들어서자 먼저 와 있던 존 캐머런 미첼(44)은 “만석!” 하며 반갑게 맞이한 뒤 자신의 최신 영화 ‘숏버스’의 사운드트랙CD를 선물했다.》
미첼은 뮤지컬 ‘헤드윅’과 영화 ‘헤드윅’의 대본을 쓰고 직접 연출과 주연을 맡은 배우 겸 감독. 27, 29일 잠실운동장에서 열리는 ‘헤드윅 콘서트’에 참가하기 위해 내한했다.
2년 전 ‘헤드윅’ 초연 당시 ‘오드윅’으로 불리며 인기를 모았던 오만석은 미첼의 내한이 결정됐을 때부터 “모든 일정을 미첼에게 맞추겠다”고 했을 만큼 이날의 만남을 손꼽아 기다려 왔다. 오만석은 이날 통역 없이 1시간 반 동안 영어로 미첼과 이야기를 나눴다.
미첼은 동영상으로 본 ‘오드윅’에 대해 “목소리가 아주 좋았고(What a Voice!), 나보다 (트랜스젠더 헤드윅의 분장한 모습이) 더 예쁘더라”고 말했다. 이에 오만석은 “영화 ‘헤드윅’을 열 번도 넘게 봤는데 그때마다 ‘누가 과연 저런 작품을 만들었을까’ 하며 감탄했다”고 화답했다.
미첼이 뮤지컬 ‘헤드윅’을 공연하면서 “화장도 지우지 못할 만큼 감정적으로나 체력적으로 소모가 컸다”고 하자 오만석은 “그렇다(Exactly)”를 연발하며 “공연을 끝내고 나면 20분 동안은 꼼짝도 못한 채 멍하니 무대 뒤에서 담배만 물고 있었다”고 헤드윅에 대한 이야기를 꽃피웠다. 미첼은 “내년에 헤드윅 10주년을 맞아 카네기홀 공연도 추진 중인데 당신도 꼭 보러 왔으면 좋겠다”고 초청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트랜스젠더 록가수의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헤드윅’은 1998년 미국 초연 이후 전 세계 70여 개 도시에서 공연된 히트작. 미첼은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곳은 “단연 한국(Definitely Korea)”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02년 영화로 먼저 국내에 소개된 ‘헤드윅’은 2005년 대학로에서 뮤지컬로 선보인 후 지금까지 2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오만석도 이 작품으로 한국뮤지컬대상 남자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미첼은 “관객들이 ‘헤드윅’을 보고 ‘남과 다르다는 것이 꼭 나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개적으로 동성애자임을 밝힌 미첼은 “‘헤드윅’ 관객은 95% 이상이 젊은 여성”이라는 오만석의 말에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그럼 귀여운 남자들(Cute Guys)은 맨 앞줄에 앉혀 달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번 ‘헤드윅’ 공연에는 오만석을 비롯해 김다현 송용진 엄기준 등 조승우를 제외한 역대 모든 헤드윅이 출연한다. 미첼은 “한국 팬들을 위해 내가 직접 고른 한국 그룹 모트의 ‘날개’를 부르기 위해 한국어를 열심히 연습하는 중”이라고 했다. 02-3285-8711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