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이혼으로 친할머니와 지내오던 조손가정의 중학생이 자신을 야단치던 할머니를 잔혹하게 살해했다.
부산 부산진경찰서는 27일 친할머니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한 혐의(존속살해)로 A(15·중3) 군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 군은 23일 오후 6시 경 부산진구 부암동 할머니 최모(69) 씨의 집 거실에서 "돈을 훔치고 가출을 자주 한다"고 꾸짖던 최 씨를 넘어뜨린 뒤 둔기로 머리를 마구 때려 숨지게 한 혐의다.
시신을 이틀 간 거실에 방치한 A 군은 25일 오후 목욕탕에서 1시간여 동안 시신 일부를 토막 내려다 실패하자 시신에 이불을 덮고 불을 지른 뒤 달아난 혐의도 받고 있다.
A 군은 범행 직후 부산진구의 한 고시원에서 숨어 지내다 경찰의 탐문에 걸려 다음달 붙잡혔다. 경찰은 "A 군이 포털 사이트 검색어 창에서 시신 토막 등 범행 은폐방법이나 은신처를 알아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A 군은 5세 때인 1997년 부모의 이혼으로 3년 간 친척 집을 전전하다 2000년부터 할머니와 살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부모와 연락이 끊겼으며 경찰 조사 과정에서 부모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국민기초생활수급자인 할머니가 받는 25만 원 등으로 어려운 생활을 하던 A 군은 가정환경을 비관해 올해부터 가출을 자주했으며, 평소 PC방에서 폭력성 인터넷 게임을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A 군은 경찰조사에서 "어렸을 때 부모님의 이혼을 보고 난 뒤 응어리가 쌓였던 것 같다. 내가 왜 이런 엄청난 짓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부산=윤희각기자 to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