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핵심 기술을 활용한 사회공헌이 활발해지고 있다. 혜선이(왼쪽)가 ‘쇼 천사’의 도움을 받아 휴대전화로 아버지에게 사랑을 표시하고 있다. 사진 제공 KTF
2004년 시작돼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SK텔레콤의 휴대전화를 이용한 미아찾기. 사진 제공 SK텔레콤
한국HP는 정보화 여건이 떨어지는 지역의 초등학교에 컴퓨터와 프린터를 지원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사진 제공 한국HP
현대모비스는 경기 용인시 기술연구소로 초등학생들을 초대해 첨단 기술을 체험하는 ‘주니어 공학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 현대모비스
기업의 특성을 살린 사회공헌 사례들. LG생활건강의 ‘아름다운 얼굴 캠페인’(위 사진), CJ홈쇼핑의 우리 농산물 장려를 위한 ‘비빔밥 퍼포먼스’. 사진 제공 LG생활건강·CJ홈쇼핑
《“아빠가 이번 주말에는 꼭 갈게.”
“….”
“진짜 약속해. 돈 많이 벌어서 선물 사 갖고 갈게.”
“아빠 미워. 이번에는 약속 지켜야 돼.”
올 4월 혜선(가명·5)이가 강원 춘천의 위탁 부모 집에서 강릉에 있는 아버지를 만났다. 목소리만 들을 수 있는 기존 음성통화와 달리 눈으로 보며 대화할 수 있는 KTF의 이동통신 서비스 ‘쇼(SHOW)’를 통한 만남이었다.
혜선이는 부모가 이혼한 뒤 일용직 근로자인 아버지가 일자리를 찾아 강릉으로 가는 바람에 떨어져 살고 있다.
생업에 쫓긴 아버지는 4개월간 딸을 볼 수 없었다.
오랜 기다림에 지친 아이는 원망스러운 듯 휴대전화에 나온 아버지의 얼굴을 때렸다.》
■기업들 핵심기술 활용한 ‘맞춤형 사회공헌’ 시대로
우리 함께 특집기사목록
▶사랑은 기술을 타고…
▶반도체 칩처럼 촘촘한 봉사조직 1500개팀 6만5000여명 맹활약
▶저소득 여성가장 창업지원 ‘희망 나눔’
▶난치병 어린이들 ‘소원 들어주기’ 후원
▶‘500원 스마일펀드’로 장애인 주거개선
▶독거노인-소년소녀가장 ‘1대 1 지원’
▶글로벌 LG “사랑해요! 지구촌 가족”
▶2000곳에 200억… 33년째 봉사손길
▶“농어촌 전기설비 고장 걱정마세요”
▶집짓고 자연보호… 다섯색깔 나눔활동
KTF의 영상전화를 이용한 사회공헌 사례다. 이 프로젝트는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가족과 떨어져 사는 청소년과 노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쇼 사이트(www.show.co.kr)에 사연을 올리면 120명의 자원봉사자가 휴대전화를 가져가 만남을 주선한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바뀌고 있다.
일회성 자선과 기부 위주의 사회공헌이 땀을 흘리는 노력 봉사로, 다시 기업의 기술 인프라를 활용한 맞춤형 활동으로 진화하고 있다.
SK텔레콤 김도영 사회공헌팀장은 “국내 200대 기업의 매출액 대비 사회공헌 비율은 0.17%로 미국이나 일본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최근 기업의 사회공헌은 기업과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질적인 수준을 고민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8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사회공헌 활동이 기업의 고유 사업과 연관성이 있다는 응답이 48.1%로 나타났다.
○ 휴먼 테크놀로지
SK텔레콤은 11일 오전 10시 전국 약 1400만 명의 고객에게 ‘특별한’ 사진을 보냈다. 1973년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에서 실종된 이정훈 씨의 사진이다.
실종 당시인 5세 때와 30대 중반으로 추정되는 현재의 얼굴 사진이 함께 보내졌다. 장기 실종 아동의 성장 후 얼굴 모습을 추정하는 ‘얼굴 변환 프로그램’을 활용한 것으로 미국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 회사가 2004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휴대전화를 통한 미아 찾기 운동’은 첨단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사회공헌 성공 사례로 꼽힌다. 현재까지 14명의 미아가 부모의 품으로 돌아갔다. 휴대전화를 통해 미아를 찾아주는 공익 서비스로 사회안전망 구축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2005년에는 대상을 미아에서 장애인, 치매 환자로 확대했다.
황사, 태풍, 지진, 폭설 등 재해를 경고하는 재난문자는 기본적인 서비스다. 이동통신사의 휴대전화를 이용한 사회공헌 활동은 최근 빠른 속도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KTF와 SK텔레콤은 ‘모바일 헌혈’ 운동을 벌이고 있다. 긴급 수혈환자가 발생하면 사전에 동의한 회원들에게 필요한 혈액의 종류와 병원에서 가까운 헌혈 장소를 안내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
휴대전화를 이용한 청소년 상담도 활성화되고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언제 어디서나 ‘#1388’로 문자를 보내면 상담이 가능하다. 자살이나 학교폭력 등 긴급 상담을 신변 노출에 대한 부담 없이 할 수 있기 때문에 서비스 효과가 크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지난해 시작된 이 서비스는 올 3월까지 1만4000여 건의 상담이 이뤄졌다.
LG텔레콤은 2004년부터 국내 유명 인사 10여 명과 함께 백혈병과 소아암으로 투병중인 어린이들을 돕고 있다. 누리꾼에 의해 선발된 유명 인사가 사용한 통화요금을 적립해 기부하는 형식이다. 모바일뱅킹 서비스인 ‘뱅크 온’을 통해 구세군에 후원금을 송금하는 ‘사랑의 자선냄비’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구세군과 함께 자사의 ‘폰 앤 펀’ 매장에서 성금을 모금했다.
○ 기술은 평등하다
박성철(31) 씨는 지체 1급 장애인으로 컴퓨터 시스템 구축과 유지보수 전문 업체인 동민정보통신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SK C&C가 2005년 10월 설립한 IT 교육원을 수료한 뒤 취업의 기회를 얻었다. 이 곳은 장애인의 정보능력 배양과 자립기반 마련을 위해 설립된 무료 IT 전문 교육원이다. 현재까지 수료생의 80% 이상이 취업에 성공하는 성과를 올렸다.
SK C&C 이병송 사장실장은 “앞으로 IT 전문기업이라는 특성을 살려 정보화에서 소외된 장애인과 사회 저소득 계층의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하고 전문적인 교육과정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KTF는 ‘아름다운 재단’과 함께 IT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다. 미래의 꿈나무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IT Korea’의 희망을 키운다는 취지다. 2003년 8월 시작돼 현재 46개의 공간을 지원하고 있다. 컴퓨터와 인터넷 설치는 물론 도배, 장판 깔기, 페인트칠, 공부 도우미 등의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중장년층을 위한 휴대전화 교육도 있다. KTF의 ‘실버사랑 휴대전화 교육’은 노인들에게 문자 메시지와 사진 촬영 등 휴대전화의 다양한 기능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KT의 ‘IT 서포터스’도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사회공헌 활동이다. IT의 혜택과 편리함을 누리지 못하는 소외계층을 위한 장비 지원과 교육, 컨설팅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PC나 IT 관련 자격보유자 등 기량 우수자를 뽑아 8주간 교육을 실시한 뒤 전국 26개 단위로 배치한다. 서포터스는 현재 400여 명으로 1000명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한국HP는 낙도 지역 초등학교에 HP 컴퓨터와 프린터를 지원하고 있다.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 차원에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낙도 지역 어린이들에게 정보활용 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2005년부터 매달 한 명의 소년소녀 가장을 선정해 PC와 프린터를 기증하고 있다.
○ 두 마리 토끼를 잡아라
LG생활건강의 사회공헌 모토는 여성과 어린이들을 위한 ‘아름다움 지킴이’. 저소득층 어린이의 치과 진료와 여성 가장 질병치료를 집중적으로 지원한다.
이 회사는 한국사회복지관협회,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치과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돕고 있다. 어린이들에게 아름다운 미소를 되찾아 주자는 의미에서 ‘스마일 투게더’로 불린다.
2005년 시작된 여성 가장 지원사업은 임직원들이 급여 일부를 기부하는 ‘행복미소기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금까지 4억여 원의 기금을 모아 500여 명에게 건강검진과 자궁적출수술 등을 실시했다.
보일러 기업인 경동나비엔은 전통 온돌문화를 해외에 전파하고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각종 보호시설과 놀이방에 온돌을 깔아 주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온돌은 중국에서 새로운 한류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2004년에는 중국 정부가 온돌 난방 시공 표준안을 제정하기도 했다.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사회공헌은 기업 특성에 어울리게 안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1995년부터 저소득층 가정을 대상으로 무료 가스안전 시설 교체와 안전 점검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퓨즈콕’ 장착 운동이다. 퓨즈콕은 호스가 빠질 경우 자동으로 가스를 차단해 주는 안전장치다. 임직원들이 퓨즈콕 전도사를 자처하며 1995년부터 18만 가구에 퓨즈콕을 무료로 보급했다. 비용은 184억 원에 해당한다.
유아용품 업체인 아가방은 서울역에 있는 화장실 네 곳에 수유실을 마련했다. 아름다운 수유실을 만들어 모유 수유를 권장하겠다는 취지다. 이곳에는 아이를 누일 수 있는 7대의 간이침대와 모유 수유를 위한 소파 등이 설치돼 있다.
CJ홈쇼핑의 ‘1촌 1명품 만들기’도 TV 홈쇼핑이라는 특성을 살린 사회공헌 사례다. 방송을 통해 우리 농산물의 브랜드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판매 수익금은 농촌 발전을 위한 기금으로 전액 기부된다.
○ 미래에 투자하라
자동차 부품 업체인 현대모비스는 ‘주니어 공학교실’과 교통사고 피해가정 돕기에 주력한다.
공학교실은 과학영재 육성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현상 속에서 과학의 원리를 찾는 놀이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초등학생을 경기 용인시의 기술연구소로 초대해 다양한 첨단 기술을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한국씨티은행의 ‘싱크머니(Think Money)’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금융교육 프로그램. 전국 10개 지역 11개 초등학교를 시범학교로 선정해 다양한 금융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의 금융교육 자원봉사자와 YWCA 자원봉사자 등 250여 명이 참가한다.
이 회사 김수연 팀장은 “청소년들이 올바른 금융 가치관을 정립하고 금융 이해력을 높일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손쉽게 금융 교육을 접할 수 있도록 학생용 및 강사용 교재, 멀티미디어 CD, 온라인 게임도 배포하고 있다. 올해 1만5000여 명이 특강을 받게 된다.
글=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디자인=김성훈 기자 ksh9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