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의 전 단계는?”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대부분 건망증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틀렸다. 건망증과 치매 사이에는 경도인지장애라는 질환이 놓여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치매에 비하면 판단력, 지각능력, 추리능력, 일상생활 능력 등에서 정상이지만 단순한 건망증보다는 더 자주 무언가를 잊어버리는 증상을 보인다. 경도인지장애는 건망증과는 달리 대부분 치매로 진행된다.
최근 미국의 유명 병원인 메이요 클리닉에서 경도인지장애 환자 270명을 10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이들 가운데 10∼15%가 매년 치매로 진행됐으며 6년간 80%가량이 치매로 이행됐다.
노인이 되면 일반적으로 기억력이 감퇴하고 활동 영역에 제한이 생기기 때문에 겉으로 봐서는 단순한 건망증인지 경도인지장애인지 치매인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2005년 10월부터 2006년 7월까지 한림대 의료원 강동성심병원이 치매예방센터를 찾은 환자 45명을 대상으로 인지기능, 우울척도, 일상생활동작 등 치매 관련 검사를 실시한 결과 33%인 15명이 경도인지장애로 진단됐다.
이들은 금방 있었던 일이나 최근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단기 기억력 저하 현상을 드러냈다. 이전에는 잘 해내던 일을 갑자기 하지 못하거나 계산 착오 등 실수가 잦았다.
가족 가운데 치매를 앓은 사람이 있거나 자신이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 혈관질환 위험을 지니고 있다면 건망증이 나타날 때 한번쯤 검사를 받아 봐야 한다는 게 의료진의 조언.
한림대의료원 강동성심병원 정신과 연병길 교수는 “경도인지장애에 대해 공식적으로 인정된 치료법은 없다”면서 “경도인지장애 진단 후 병의 진행을 막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치매 치료제로 쓰이는 항치매 약물이 경도인지장애에서 치매로 진행되는 것을 늦춰 주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 일주일에 30분씩 3번 이상 조깅, 스트레칭 등 운동을 생활화하면 예방에 도움이 된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