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교를 갓 졸업한 18세의 한인 여학생이 미국 명문 스탠퍼드대에서 8개월이나 가짜 대학생 행세를 하며 기숙사에서 생활하다 들통이 나 대학가가 떠들썩하다.
에이지아 김 양은 지난해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풀러턴의 트로이고교를 졸업했다. 대학 진학에 실패한 김 양은 9월 스탠퍼드대 킴볼 기숙사를 쓰는 2학년 여학생 2명을 찾아가 “함께 지내기 싫은 학생과 같은 방에 배정됐다”며 새 룸메이트를 찾을 때까지 같이 방을 쓰자고 제의하며 접근했다.
한 학기를 이런 식으로 지낸 뒤 같은 방 여학생들이 싫어하는 내색을 하기 시작하자 김 양은 한 학기 휴학생이 비워 놓고 간 오카다 기숙사의 방으로 옮긴 뒤 이 생활을 계속했다. 방 열쇠가 없었던 김 양은 1층 창문을 통해 출입을 했고, 가끔 강의실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여느 학생과 마찬가지로 교재를 구입해 시험 준비를 했으며, 다른 학생과 함께 식사를 하기도 했다.
스탠퍼드대 대학신문인 ‘스탠퍼드 데일리’와 미국 언론에 따르면 김 양은 기숙사 위치 등을 계속 다르게 말하면서 주변 학생들의 의심을 사기 시작했다. 기숙사 측은 학생 앨범을 만드는 과정에서 김 양 정보가 없는 것을 확인하면서 가짜 학생임이 드러나 21일 대학 측의 조사가 시작됐다.
대학 관계자들은 김 양이 부모의 기대에 부응해 명문대에 진학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 때문에 이런 일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