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다(豊田) 가문의 경영 복귀를 예고하는 포석인가.
도요타자동차가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51·사진) 조달·상품기획 담당 부사장을 국내 영업담당 부사장에 기용하기로 했다고 도쿄신문이 27일 보도했다.
도요타자동차는 다음 달 22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어 이를 정식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신문은 이 인사가 도요다 가문에 ‘다이세이호칸(大政奉還)’을 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다이세이호칸이란 에도시대(1603∼1867년) 일본을 실질적으로 통치한 도쿠가와(德川) 장군 가문이 스스로 왕가에 통치권을 넘긴 사건을 말한다.
도요다 사키치(豊田佐吉) 도요타그룹 창업주의 증손자인 도요다 부사장은 2000년 이사에 취임한 뒤 2002년 상무, 2003년 전무, 2005년 부사장 등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 이런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도요타자동차는 올해 1∼3월 세계시장 판매 실적에서 74년간 1위로 군림해 온 미국 제너럴모터스(GM)를 추월하며 순항 중이지만 유독 국내 시장에서는 고전하고 있다. 일본 시장은 ‘사지(死地)’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남다른 능력을 펼쳐 보일 수 있는 ‘기회의 장’인 셈이다.
도요타자동차에 다이세이호칸이 임박했다는 분석은 올해 초부터 나왔다. 경영전문 월간지인 팩타(FACTA)는 3월호 기사에서 도요타자동차 간부의 말을 인용해 “내년에라도 도요다 부사장을 사장직에 앉혀야 한다는 사내 합의가 형성되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도요다 부사장의 사장 승진 시기는 그의 부친인 도요다 쇼이치로(豊田章一郞·82) 현 명예회장이 완전히 은퇴하는 시기가 유력한 것으로 전망된다.
오늘날 도요다 가문이 갖고 있는 도요타자동차 지분은 2%에도 못 미친다. 그런데도 ‘다이세이호칸’론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오쿠다 히로시(奧田碩·현 상담역) 도요타자동차 전 회장의 말처럼 “도요다 가문은 도요타자동차의 구심점이자 깃발”이기 때문.
여기에는 도요다 가문의 애사(哀史)도 작용하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를 사실상 창업한 도요다 기이치로(豊田喜一郞) 2대 사장은 1950년 경영위기와 노사분규라는 악재를 맞아 대량 감원의 ‘총대’를 메고 사임한 뒤 2년 만에 57세의 한창 나이로 타계했다. 그 뒤로 도요타자동차 사원들 사이에는 도요다 가문의 ‘도련님’을 죽음으로 몰았다는 ‘원죄의식’이 있다는 것.
도요다 기이치로 사장 이후 도요타자동차의 경영권은 한동안 전문경영인이 행사했으나 1967년 도요다 에이지(豊田英二) 5대 사장이 취임하면서 다시 도요다 가문에 넘어갔다. 일본 경제계에서는 이를 ‘제1차 다이세이호칸’이라고 부른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