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일본 기업, LG전자=미국 기업, 현대자동차=일본 기업.’
적어도 2007년 미국 대학생들의 ‘인식 세계’에선 이 같은 등식이 대체로 성립한다.
미국 마케팅 컨설팅업체인 앤더슨 애널리틱스는 최근 미국 대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브랜드와 그 제품을 만드는 회사의 국적을 연결시키는 조사를 실시했다. 국적을 맞힌 대학생은 의외로 적었다.
LG전자의 국적을 묻자 ‘미국 회사’라고 응답한 비율이 41.9%로 제일 높았다. 다음이 일본(26.0%)이었으며 한국이라고 답한 비율은 8.9%였다. 삼성전자의 국적을 한국이라고 답변한 비율도 9.8%로 일본(57.8%)보다 훨씬 낮았다. 현대차는 정답을 댄 비율이 24.5%여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일본 회사(55.7%)라고 생각한 비율이 정답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LG전자와 삼성전자의 국적을 틀리게 말한 비율은 조사대상 기업 32개 중 3위와 4위를 차지할 만큼 높게 나왔다. 1위는 핀란드 최고의 기업인 노키아가 차지했다. 노키아를 일본 기업으로 착각한 비율은 53.6%인 반면 맞게 답한 사람은 겨우 4.4%에 그쳤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는 미국에서 광고를 가장 많이 하는 한국 기업이다. TV, 신문 등에는 3개 기업 광고가 끊이지 않는다. 물론 직접적으로 ‘한국’이라는 국적을 암시하지는 않는다.
전 세계 글로벌 브랜드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미국에선 기업의 국적보다 브랜드 자체를 알리려는 노력을 앞세울 수밖에 없다. 더욱이 미국에선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 가치가 그다지 높지도 않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산 제품 신뢰도는 39.7%로 나타나 신뢰도가 가장 높은 일본(81.8%)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그럼에도 한국산 제품 신뢰도가 덴마크(32.9%)보다 높게 나오며 선전한 것은 그나마 미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인정받은 덕분이다. 한 예로 LG전자 국적을 맞힌 응답자의 한국제품 신뢰도는 56%로 전체 평균보다 훨씬 높았다. 그만큼 LG전자라는 1개 기업이 한국의 국가 브랜드 가치 상승에도 기여한 것이다.
앞으로 10년 후가 될까, 15년 후나 될까. 한국의 국가 브랜드 가치가 크게 상승해 그동안 국가가 이들 기업에 진 빚을 갚을 수 있는 날이 온다면….
공종식 뉴욕 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