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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민영방송사 폐쇄

입력 | 2007-05-28 16:48:00


베네수엘라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는 민영 방송사인 '라디오 카라카스 텔레비전(RCTV)'이 28일 밤(현지시간) 고별방송을 할 처지에 놓였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RCTV의 방송 면허 갱신을 불허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1953년에 설립돼 뉴스, 코미디 프로그램 등을 방송해 온 베네수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인기 있는 방송국이 문을 닫게 된 것. RCTV는 28일 0시(한국시간 오후 1시)부터 방송을 할 수 없게 된다.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은 베네수엘라 군이 방송 중단을 하루 앞두고 RCTV의 방송 장비를 전격 압수했다고 27일 보도했다. 방송사 관계자는 "군이 베네수엘라 전역에 있는 중계국을 접수했다"고 말했다.

RCTV가 28일부터 방송을 못 하게 되자 수 만명의 베네수엘라 시민은 26일 정부 방침에 항의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 참석한 루이스 모라는 "국민은 보고싶은 채널을 볼 수 있어야 한다"면서 "특정인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방송 채널을 바꾸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국제사회 여론도 싸늘하기만 하다.

국제 인권단체와 언론단체들은 언론 탄압이라며 차베스 대통령을 한 목소리로 비난하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이 국내외의 비난을 무릅쓰고 RCTV를 폐쇄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1999년 권좌에 오른 차베스 대통령은 그동안 사법부와 군, 석유산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 왔다. 그러나 언론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숨통을 열어줬다.

차베스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RCTV가 2002년 차베스 정권을 전복했던 쿠데타를 지지했고, 포르노와 다름없는 저질 드라마를 내보내고 있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RCTV 폐쇄를 통해 반대파의 목소리를 잠재우고 비판언론 탄압의 본보기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RCTV는 2002년 차베스를 일시적으로 몰아낸 쿠데타가 발생했을 때 공개적으로 쿠데타를 지지해 차베스의 분노를 샀었다.

하지만 RCTV와 함께 쿠데타를 지지한 뒤 이후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낮췄던 민간 방송국 베네비전의 경우 방송 면허 갱신의 관문을 무난히 통과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베네수엘라의 언론 상황이 차베스가 집권한 1999년과는 크게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당시만 해도 차베스에 적대적이었던 부유층이 언론을 대부분 소유하고 있었다. 고분고분하지 않는 언론의 태도가 당연히 차베스의 입맛에 맞을 리 없었다.

차베스 대통령은 비판 언론에 대해서는 싸움도 불사한 반면 자신에게 충성하는 언론에 대해서는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광고는 대표적인 '언론 길들이기' 수단. 실제로 친정부 성향의 언론들은 비판 언론에 비해 12배나 많은 정부 광고를 배당받았다.

이런 가운데 차베스 대통령을 추종하는 정부 관리, 언론사 사장 등 새로운 언론엘리트들이 부상, 차베스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텔레벤, 베네비전 등 민간 TV 방송국들의 정부 비판도 점차 무뎌지고 있다. 관영 TV, 라디오의 수도 크게 늘었다.

차베스 대통령이 처음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에만 해도 관영 TV방송국은 1곳, 라디오 방송국은 2곳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TV 방송국 4곳과 라디오 방송국 7곳이 새로 문을 열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