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보복폭행 사건과 관련해 경찰 내부 일각에서 이택순 경찰청장의 사퇴론이 제기되고 있으나, 이 청장은 28일 사퇴 불가의 뜻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이 청장은 이날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 경찰지휘부 회의를 주재하면서 "15만 경찰을 대표하는 치안총수로서 현 상황에 대하여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며 "하루빨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조직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안과 함께 이번 사건처리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진단하여 이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전 10시부터 5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이 청장은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대신 '조직의 안정'을 강조했다.
경찰 지휘부는 이날 회의에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뼈를 깎는 심정으로 조직쇄신을 위해 노력하며, △검찰 수사는 이 사건에 대한 가장 객관적이고 신속한 조치인 만큼 조직의 안정과 화합을 위해 일치단결해야 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수사시스템 구축에 지휘부부터 솔선수범하겠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청와대 내에서) 이 청장의 거취문제와 관련해 논의된 바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며 "임기제 경찰청장으로서 분명한 비위나 문제점이 발견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표 받을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인한 내부 동요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경찰대 총동문회장 임호선(경찰대 2기·중앙경찰학교 교무과장) 총경은 이날 "일련의 사태로 인해 경찰대 출신들의 얘기를 듣고자 경찰대 동문이면 누구나 참석할 수 있는 모임을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하위직 출신 전직 경찰관들이 모인 한국사이버마약감시단 전경수 단장 등 회원 40여명은 이날 오후 경찰청 앞에서 검찰수사 의뢰 철회와 총경 이상 경찰 고위 간부 전원 퇴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동욱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