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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영재 800여 팀 정해진 시간 내 과제 해결 ‘상상력 잔치’

입력 | 2007-05-29 03:03:00

미국 미시간 주 이스트랜싱의 미시간주립대에서 열린 세계창의력올림피아드에서 대회 출전 2년 만에 초등부 3위의 입상 실적을 올린 한국 ‘빅 덕’ 팀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5월 23일 오후 7시 미국 미시간 주 이스트랜싱에 위치한 미시간주립대(MSU) 브레슬린 학생관. 중앙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4만여 명의 관중은 올해로 28회를 맞은 세계창의력올림피아드(Odyssey of the Mind World Finals) 개막식을 알리는 팡파르가 울리자 일제히 환호했다. 이번 대회에는 미국 33개 주와 한국 캐나다 중국 멕시코 벨기에 독일 폴란드 싱가포르 일본 카자흐스탄 헝가리 쿠바 등 총 13개국에서 800여 팀, 5500여 명의 학생이 참가해 나흘 동안 각각 준비해 온 프로그램으로 창의력을 겨뤘다.》

■ 美 세계창의력올림피아드를 가다

○창의력올림피아드는

1978년 미국 뉴저지 주 로앤대의 새뮤얼 미클러스 교수가 창안했다. 참가자들은 언어적인 독창성과 과학적인 상상력을 발휘해 도전 과제와 자발성 과제를 평가 받는다.

도전 과제는 매년 대회를 1년 정도 앞두고 발표되는 5개의 과제 중 한 가지를 8분 이내의 공연 형식으로 미리 준비해 창의력을 표현한다.

올해의 과제는 △움직이는 물체에 꼬리표를 붙이는 ‘꼬리표를 달자(Tag'em)’ △크고 작은 무대 장치로 변화를 표현하는 ‘크고 작은 모든 것(The large and small of it)’ △‘8분간의 세계일주(Around the World in 8 Minutes)’ △발사나무 구조물에 추를 쌓는 ‘발사목 상자 밖으로(Out of the Box Balsa)’ △반전이 있는 연극 ‘난 널 생각하고 그런 거야!(I'm only thinking of you)’ 등이다.

각 팀은 7명 이내로 구성하며 125∼145달러의 비용만으로 무대를 꾸미고 창의력을 뽐내야 한다.

○기발한 상상력의 세계

‘꼬리표를 달자’ 과제에 출전한 미국 뉴저지 바인랜드고 팀은 차를 피자 모양으로 동그랗게 만드는 독창성을 발휘했다. 도르래로 피자 모형을 굴린 뒤 유압식 장치를 이용해 토핑 모양의 꼬리표를 쏘아 맞히는 것.

팀원들은 평소 어떻게 하면 다양한 토핑을 얹은 맛있는 피자가 빨리 배달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이런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애리조나 주 사우스웨스트고교팀은 목장의 소와 양을 주인공으로 설정해 전동장치로 움직이는 수레와 자석에 붙는 건초를 만드는 프로그램으로 출전했다.

이 팀의 진 데일(16) 양은 “과학시간에 자석 실험을 하다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면서 “초등학교 때부터 연극을 자주 해서 대본이나 무대장치는 금세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8분간의 세계일주’ 과제에 나선 테네시 주 브라이트스쿨팀은 한 여행자가 사람들이 변기에 마구 버린 쓰레기 때문에 환경이 오염된 세상을 벗어나려다 추운 남극과 무더운 마이애미 해변을 떠돌면서 자연보호의 중요성을 깨닫는다는 공연을 선보였다.

앨런 브레일리(9) 군은 “선생님이 ‘만약 분리수거를 안 하면 지구가 어떻게 될까’라는 숙제를 내줘 친구들과 토론하다가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생활 속에서 창의력 발휘

주디 데일(48) 캐나다팀 지도교사는 “교사는 아이들의 건강과 시간 관리만 신경 쓴다”면서 “평소 토론식 수업을 많이 하기 때문에 간단한 주제만 던져 줘도 학생들이 재미있는 의견을 많이 낸다”고 말했다.

5년 전 미국으로 이민 온 김재현(13) 군은 텍사스 주 메모리얼중학교 팀으로 참가했다.

김 군의 어머니 임희경(45) 씨는 “한국 학교에선 주입식 교육을 하지만 미국은 학생들이 과제에 맞는 자료를 찾아 해결함으로써 창의력을 길러 주고 있다”며 “팀 지도교사도 대부분 학교 교사가 아닌 학부모가 많고 그나마 생활지도만 담당한다”고 말했다.

창의력이 생활 속에 자리 잡다 보니 참가 학생의 먼 친척까지 행사에 참여하는 경우도 많다. 역대 참가자들도 자원봉사자나 심판으로 다시 찾는다. 성적보다는 축제이자 놀이터로 여기고 있다.

이번 올림피아드에도 15만 명 이상의 일반인이 참관하는 바람에 대학 전체가 들썩일 정도로 축제 분위기였다.

조지아 주에서 온 코넌 맥과이어(59) 씨는 10년 전 지도교사로 참가했다가 올해 대회에 출전한 여동생의 아들을 응원하러 8명이 왔다. 그는 “나와 여동생 모두 과학 교사이지만 학생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가르치지 않고 창의력을 발휘할 기회만 만들어 준다”고 말했다.

이스트랜싱=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2007년 세계창의력올림피아드 도전 과제

꼬리표를 달자 자동차 등 움직이는 물체를 만들고 이 물체가 움직이는 동안 다른 도구를 이용해 꼬리표 붙이기

크고 작은 모든 것 3개의 크고 작은 무대 장치를 만들고 손잡이나 끈 등을 이용해 다양한 변화를 표현하기

8분간의 세계 일주 한 여행자가 지구의 3곳(알려진 곳 2곳과 가상의 장소 1곳)을 여행하는 모습을 표현하면서 여행의 계기와 교훈을 설득하기

발사목 상자 밖으로 발사나무와 풀만 이용해 만든 18g 이내의 구조물 위에 추를 쌓아 무게를 최대한 견뎌내기

난 널 생각하고 그런 거야! 이기적인 주인공이 다른 사람들을 이용하면서 매번 ‘너를 위해서 한 일’이라고 거짓말을 하다가 들통이 나는 반전을 유머러스한 연극으로 구성하기

자료: 한국창의력교육협회

▼한국도 첫 수상…서울 ‘빅 덕’팀 영어연극으로 초등부 3위▼

이번 대회의 19개 우승팀 중 10개 팀이 미국으로 각 분야 1위를 차지했고 싱가포르 4개 팀, 폴란드 3개 팀, 중국 2개 팀이 각각 우승했다.

우리나라도 출전 2년 만에 19개 팀 140명이 참가해 첫 수상팀을 배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수열(12·한신초등) 김동인(11·초당초등) 군과 강채린(12·여·동북초등) 양 등 7명으로 구성된 서울 북부교육청 발명교실 ‘빅 덕’ 팀은 ‘난 널 생각하고 그런 거야!’ 과제에서 초등부 3위를 수상했다.

이기적인 주인공이 다른 사람들을 이용하면서 매번 남을 위한 것이라고 거짓말을 하다 들통이 나는 상황을 영어연극으로 꾸민 과제로 영어대사의 논리력과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발사목 상자 밖으로’ 과제에 출전한 경기 파주시 금산초등학교 학생들은 뮤지컬 형식으로 더 나은 미래를 만들자는 공연을 펼치면서 조립한 발사목 구조물로 465파운드(약 211kg)의 추를 견뎌냈다.

그러나 주입식 교육 때문에 학교 교과과정에서 창의력을 키워 주지 못해 학생들이 소극적이란 지적도 많았다.

서울 강남교육청 발명담당 조근영(30) 교사는 “과제를 주면 처음엔 중구난방이지만 한 달만 지나면 상상도 못했던 아이디어가 완성된다”면서 “학부모나 교사들이 그런 과정을 기다리지 못하고 가르치려 하기 때문에 창의성을 가로막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