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들은 비이성적인 투표를 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민주주의가 좋은 정책을 낳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
모두가 공평한 한 표를 행사하는 민주주의 기본 원칙에 대해 회의를 표시하며 때로는 ‘비민주주의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한 경제학자의 저서가 미국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 매거진이 27일 보도했다.
주인공은 브라이언 카플란 조지메이슨대 경제학과 교수. 그는 최근 ‘비이성적인 유권자에 대한 신화, 왜 민주주의가 나쁜 정책을 선택하는가’라는 책(사진)을 펴냈다.
1인1표제가 현명한 선택을 가져온다고 주장할 때 많이 인용되는 논리는 ‘집단의 기적’. 이 논리에 따르면 좋은 건강보험 공약을 내놓은 후보와 그렇지 않은 후보가 격돌했을 때 전자가 당선된다. 건강보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유권자가 1%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도 무지한 유권자 99%는 아무 생각 없이 투표하기 때문에 좋은 공약을 내건 후보가 이 중 절반의 지지표를 가져간 뒤 똑똑한 유권자 1% 지지를 추가하면 당선된다는 논리다.
그러나 카플란 교수는 실제로는 유권자들은 경제정책에 대해 조직적인 오해를 하고 있다며 1인1표제의 유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1996년 여론조사 결과 분석을 통해 일반 미국 유권자가 무역개방, 자유시장 경제, 이민 등 주요 경제현안에 대해 ‘비경제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카플란 교수는 이 때문에 유권자들에 대한 경제교육을 강화한 뒤 경제기본 원칙을 이해하고 있는 유권자들에겐 추가 투표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제로 1949년까지 영국에선 사업체를 운영하거나 대학졸업자에겐 1표 이상의 투표권을 부여했다는 것.
그는 또 투표율 높이기 운동에 대해서도 ‘부적격 유권자’의 투표율을 높여 부작용만 낳는다며 반대했다.
카플란 교수는 경제 관련 정책에 대해서도 대법원 비슷한 협의체 구성을 제의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리버럴 성향의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을 결정할 때 경제적인 측면만 고려해서는 안 된다”며 “과거 전문가들이 주도했던 정책이 반드시 바람직한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라고 반박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