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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허수아비 될까 두려워 후계 미뤄”

입력 | 2007-05-29 13:40:00

북한 내각 관료출신인 김태산 씨. 자료사진 동아일보


65세의 김정일 북한국방위원장이 후계구도를 명확히 하지 못하는 이유는 “말년의 김일성처럼 허수아비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북한전문 인터넷매체 ‘데일리NK’는 29일 북한 내각 관료출신인 김태산 씨가 전날 연세대 강연에서 이같이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김 씨는 北 경공업성 간부와 체코주재 신발합영회사 사장을 지낸 탈북자로 2002년 입국했다.

김 씨는 강연에서 “김일성이 환갑을 맞아 자기 아들인 김정일을 후계자로 내세운 전례에 비추어 보면 김정일도 지금 후계문제에 관심이 높을 것”이라고 전제했다.

그는 그러나 김정일이 후계자 내정을 주저하는 이유가 있다며 두 가지로 분석했다.

“아버지처럼 말년에 허수아비가 될 수 있다는 것과 권력을 둘러싼 자식들의 싸움이 두렵기 때문이다.”

그는 먼저 권력의 넘겨준 김일성의 말년 생활을 실례로 들었다.

“북한의 경제실권은 70년대 말부터 김정일에게 넘어가기 시작해 80년대 중반에는 김일성이 돈 한 푼을 쓰려고 해도 아들의 허가를 받아야하는 허수아비가 됐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김정일이 후계자를 조기에 내정할 이유가 없다. 80년대부터 경공업위원회(경공업성)에서 김일성에게 올라가던 경제관련 문건들이 김정일에게 집중됐으며 그의 수표(사인)없이는 결재가 되지 않았다.”

그는 두 번째 이유로 “김정일이 배 다른 자식들의 권력쟁탈전을 눈으로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성혜림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정남(36)은 ‘장남승계’라는 관례대로 후계자의 명분을 갖고 있다. 만약 정철(26), 정운(24)으로 승계 작업이 될 경우 권력쟁탈은 피어린 투쟁이 불가피하다.”

그는 김정일이 삼촌 김영주를 밀어내고 이복동생 김평일을 쳐내면서 권력을 승계한 70년대와 지금은 시대적 상황이 많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70년대는 주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김일성의 후광으로 김정일이 순조롭게 권좌에 올랐지만, 이후 김정일은 업적이 없기 때문에 권력세습을 합리화 할 명분이 없는 게 고민이다.”

김 씨는 북한의 경제위기에 대해서도 전했다.

“현재 북한은 총 전력수요의 약 70%밖에 발전소 건설이 안되고, 그나마 실가동률은 40%에 못 미치고 있다. 전력 배분 1순위로 김일성·김정일 우상화 선전물과 2순위로 군수공업에 전력을 공급하고 나면 대도시도 정전이 될 수밖에 없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