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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랴트 샤먼서 우리 무속을 보다

입력 | 2007-05-30 03:01:00


《“쏘크! 쏘크! 쏘크!” 지난해 9월 부랴트의 수도인 울란우데 근교의 한 집. 샤먼인 타치야나 타비투이예브이(59·여) 씨가 마당에 모닥불을 피워 놓고 하늘을 향해 술을 뿌리면서 알 수 없는 말을 연방 외쳤다. 얼굴 전체를 가린 머리 장식과 더불어 의식의 분위기는 악령을 쫓는 것처럼 기괴했지만 의례를 하는 이유는 매우 일상적이었다.》

○ 한반도와 고대문화 공유… 연관성 찾는 데 단서 제공

이날은 새집을 장만한 기쁨을 신과 함께 나누는 자리. 부랴트인들은 집을 사면 반드시 집 정화 의례를 한다. 샤먼들은 전나무 가지에 불을 붙여 집안 곳곳을 휘젓는데 ‘쏘크’란 ‘흠향(歆饗·천지신령이 제물을 받아 먹음)하십시오’라는 뜻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지난해 비교민속조사 사업의 하나로 부랴트 공화국의 샤머니즘에 대한 현지조사 결과를 최근 ‘부랴트 샤머니즘-어둠 속의 등불’로 펴냈다.

조사팀이 지난해 5주간 2만 km에 달하는 여정에서 15명의 샤먼을 만난 성과다.

그간 샤머니즘 연구가 문헌에 나타난 의례에 치우친 반면 이번에는 철저한 현지조사를 통해 의례뿐 아니라 ‘자신의 상처를 잊고 사람들의 상처를 치료해 주는’ 샤먼의 삶을 담았다는 것이 특징. 시베리아 북방민족은 몽골초원→만주→한반도로 이어지는 초원의 길을 따라 고대문화를 공유했기 때문에 우리 무속, 문화와의 연관성을 찾는 데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는 게 박물관의 설명이다.

러시아 동부 시베리아 바이칼 호 남동쪽의 부랴트 공화국. 새로 산 자동차의 정화를 위해, 가축이 늑대에 물려가지 않게 신에게 비는 샤먼은 ‘등불과도 같은’ 존재다.

그래서 샤먼을 남다르거나 이상한 존재로 보지 않는다. 격투기 국가대표팀 주치의, 중학교 수학 교사, 치과의사도 샤먼이다. 샤머니즘은 삶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조사팀은 이번 조사에서 샤먼의 ‘진짜 얼굴’을 찾는 데 주력했다. 1994년 내림굿을 받은 타비투이예브이 씨는 병 치료, 예언, 영혼 불러오기까지 못하는 의례가 없지만 “샤먼 일이 무척 힘들다”고 털어놓는다.

보통 사람이 보고 듣지 못하는 것을 보고 듣는 것, 앞으로 일어날 일을 먼저 아는 것이 무척 괴롭다는 것. 프랭클린 페트로비치 투시밀로프(62) 씨는 유명한 치료 샤먼이지만 정작 자신은 1998년 아내와 아들딸이 마피아의 수류탄 테러로 세상을 떠난 상처를 가슴에 안은 채 살아가고 있다.

○ 병 치료-예언 등 국민생활 전반에 깊은 영향

조사에 참여한 이건욱 학예연구사는 “부랴트 공화국을 포함한 시베리아 지역은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길목에 있어 경제적 진출 가능성이 높은 곳”이라며 “실용적 이유에서도 이들의 가치관을 지배하는 무속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물관은 샤먼의 접신 과정, 의례를 접하는 부랴트인들의 생생한 표정이 담긴 DVD도 함께 내놓았다. 또 9월 16, 17일 ‘국제샤머니즘 세미나’에 샤먼을 초청해 실제 접신의례를 열 계획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