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이에게 나이는 상관없어요.”
68세의 스웨덴 할머니 모니카 마스다(사진) 씨가 31일∼6월 3일 서울 잠실체육관 등에서 열리는 ‘R-16 세계비보이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했다. 이 대회에선 세계 14개국에서 온 16개의 정상급 팀이 총 5만 달러의 상금을 놓고 경합한다. 마스다 할머니는 이 자리에서 축하 공연을 벌이며 일반인이 참가하는 ‘프리스타일 무브’에도 출전한다.
29일 입국한 지 5시간 만에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만난 마스다 할머니는 오랜 비행시간과 시차 때문에 피곤해 보였다. 그러나 비보잉을 부탁하자마자 눈빛이 달라지며 윈드밀(물구나무를 선 뒤 다리를 풍차처럼 돌리는 동작) 등 파워 무브를 구사했다.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했지만 춤을 춘 뒤 “마음에 드느냐”며 윙크하는 모습에선 나이를 느낄 수 없었다.
마스다 할머니는 ‘크레이지 그랜드마’라는 별명으로 세계 비보이들 사이에선 유명하다. 미국 대표팀인 ‘너클 헤드 주’의 스티브 코럴(24) 씨는 “에너지가 넘치고 열정이 대단해 모두가 존경하는 ‘빅그랜드마’”라고 말했다.
촬영 : 남원상 기자
스톡홀름에서 정원관리사로 일하는 마스다 할머니는 8년 전 퇴근길 거리에서 비보이의 역동적인 동작에 매료돼 곧바로 힙합댄스 학원을 찾았다. 강사는 처음에 “그 나이에 할 수 있겠느냐”며 무시했지만 할머니의 끈기에 놀라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마스다 할머니가 환갑의 나이에 비보잉을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는 유도 펜싱 등으로 꾸준히 체력을 관리해 왔기 때문. 15년간 유도를 배운 마스다 할머니는 일본 가고시마의 유도장에서 2년 반을 수련하기도 했으며 펜싱 실력도 수준급이다.
“나이 때문에 힘들거나 겁나지 않느냐는 질문은 이해가 안 돼요. 비보잉을 비롯해 모든 운동은 욕심 부리지 않고 단계별로 배우면 다칠 일이 없습니다. 30세인데도 무기력하게 노인처럼 사는 사람이 많잖아요? 60세가 넘어도 ‘젊다’고 생각하면 뭐든지 할 수 있습니다.”
할머니의 후원자는 일본인 남편 마스다 마사하루(59) 씨. 36년째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남편은 “비보잉을 해야겠다”는 말을 듣고 집에 연습실도 마련해 줬다. 이곳에는 요즘 10대 비보이들이 찾아와 함께 연습할 때도 있다.
“우리 부부는 눈빛만 봐도 통해요. 어차피 말려도 할 게 뻔하니까, 내가 행복해지도록 적극 지원한 거죠.”
마스다 할머니는 요즘도 매일 1시간 이상 윈드밀 동작을 정교하게 다듬는 연습을 한다고 했다.
“어린 비보이들이 내 동작을 보며 ‘멋지다’고 할 때 힘이 저절로 납니다. 비보잉을 하는 순간에는 힙합 음악이 내 몸속으로 들어왔다가 빠져나가는 꿈을 꿔요.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겁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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