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네스 리그론
일본이 48년 만에 미스 유니버스 대회를 정복했다는 소식으로 떠들썩하다.
주요 민영 방송들은 30일 아침 보도 프로그램에서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모리 리요(森理世·20) 씨가 브라질 대표를 따돌리고 1위를 한 소식을 전했다.
누리꾼들도 “일본 여성의 아름다움을 세계가 인정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지난해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서도 일본 대표 지바나 구라라(知花くらら·25) 씨가 2위를 한 사실을 거론하며 이번 성적이 ‘우연’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과연 지난해와 올해의 미스 유니버스 대회 성적만큼이나 일본은 세계적인 미녀가 많은 나라일까.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이 사람마다 다른 만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중국의 양귀비처럼, 일본을 상징하는 미녀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선뜻 대답할 수 있는 일본인은 드물다.
과거 미스 유니버스 대회 성적을 보아도 1959년 고지마 아키코(兒島晶子) 씨가 1위를 한 이후 2005년까지는 상위 입상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이랬던 일본이 어떻게 해서 2년 연속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서 세계 최고 미녀의 반열에 오르게 됐을까.
비결은 국제화와 치밀한 중장기 기획이라는 게 후지TV 등 일본 언론의 보도다.
일본의 미스 유니버스 대회를 관리하는 미스유니버스저팬(MUJ)은 1998년 세계적 톱모델의 매니저로 활약하던 프랑스 여성 이네스 리그론 씨를 총감독으로 영입해 ‘전권’을 맡겼다.
리그론 씨는 MUJ의 심사 기준부터 바꿨다. ‘여자는 세 걸음 뒤’라며 다소곳함과 귀여움을 중시해 온 일본의 전통적 미녀관(觀)을 폐기한 것.
그 대신 리그론 씨가 새롭게 도입한 미의 기준은 ‘국제 감각’과 ‘겉으로 드러나는 강인함’이다. 6개 국어를 구사하는 모리 씨가 일본 대표로 선발된 것은 우연이 아닌 셈이다.
‘아름다움은 지성에서 나온다’는 것도 리그론 씨의 지론이다. 리그론 씨는 모리 씨가 일본 대표로 선발된 뒤 특별합숙훈련을 하면서 신문을 빠짐없이 읽도록 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모리 씨가 프랑스인의 손으로 ‘만들어진’ 미녀인 때문인지 “얼굴만 봐서는 미녀인 줄 모르겠다”, “일본 분위기가 전혀 안 난다”는 반응을 보이는 일본인도 적지 않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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