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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대운하’ 공방 가열… “관광운하로 말바꿔”

입력 | 2007-05-31 03:00:00

모처럼 ‘한나라’3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보좌진협의회 및 당 사무처 체육대회’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 원희룡 의원, 강재섭 대표, 홍준표 의원(오른쪽부터) 등이 줄다리기를 함께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이명박-몽골 대통령 회동이명박 전 서울시장(왼쪽)이 30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양국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방한 중인 남바린 엥흐바야르 몽골 대통령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朴측 “경인운하는 반대하면서… 식수원 오염 설명도 안해”

李측 “이중수로 건설 오염없어… 내용도 모르면서 정치공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진영이 30일 이 전 시장의 핵심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를 놓고 장외 정책공방을 벌였다.

광주 5·18기념문화관에서 열린 경제 분야 정책·비전 토론회에 이은 정책 공방 ‘제2 라운드’인 셈이다.

▽‘대운하는 허점투성이’=박 전 대표의 측근인 유승민, 이혜훈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대운하 공약이 경제성과 수질오염 등에서 문제가 있다며 이 전 시장 측에 공개 질의를 했다.

이들은 먼저 경제성 논란에 대해 “이 전 시장이 어제 토론회에서 ‘대운하 목적 중 물류 비중은 20%밖에 안 된다’고 설명하면서 관광산업을 강조했는데 이는 명백한 말 바꾸기”라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이 전 시장이 ‘경인운하는 강도 없는 곳에 땅만 파는 사업’이라고 주장했지만 경인운하는 굴포천 방수로 사업과 연계해 확장하는 사업”이라며 “굴포천 방수로 사업이 ‘땅 파는 공사’라서 반대한다면 조령 지하에 땅굴을 파서 25km의 운하터널을 만드는 대운하도 당연히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독극물을 실어 나르는 화물선이 한강이나 낙동강 운하에서 전복되면 식수는 어떻게 되느냐”며 “이 전 시장은 토론회에서 식수원 오염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조차 없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편집국 사진부 김동주기자

이 전 시장의 국제과학비즈니스 도시 건설 공약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유 의원은 “이 전 시장이 반대해 온 행정도시에 대한 약점을 커버하기 위해 공주-연기에 과학도시를 만들려는 것 아니냐”고 몰아세웠다.

그는 이 밖에 ‘대한민국 7·4·7’ 공약 가운데 세계 7대 강국 진입 부분에 대해 “이 전 시장도 ‘문자 그대로 목표’라는 점을 자인했다. 한마디로 무책임한 소리다”라고 비판했다.

▽‘내용 모르는 정치적 공세’=이 전 시장 측은 “내용도 잘 모르면서 토론회를 이용한 정치적 공세를 하고 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 전 시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보좌진협의회 및 당 사무처 체육대회에 참석해 박 전 대표 측의 공세에 대해 “ 잘 된 것이다. 우리도 알릴 의무가 있고…”라면서도 “예의를 갖추면 좋을 텐데. 다 한편인데 자꾸 왜 그럴까”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 캠프의 박형준 대변인은 경제성 논란에 대해 “대운하는 당초 물류비용을 절감하자는 차원에서 시작됐으나 지금은 관광단지, 첨단산업단지를 함께 개발하는 종합 프로젝트로 변화했다”며 “상대적으로 물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는 것을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잘못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운하와 경인운하는 차원이 다르다”며 “경인운하가 맨땅을 파는 사업이라면 대운하는 물길을 이어주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선박사고로 인한 수질오염 논란에 대해 “낙동강 대구지역 취수원 지점으로부터 상류 4km 전부터는 배가 다니는 수로와 취수원이 있는 수로를 나눠 ‘이중 수로’로 만들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수질오염 문제가 발생할 수 없다”며 “배가 다니는 길과 식수를 위한 취수구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도시 논란에 대해 “우리가 만들려는 과학도시는 세계 유수의 인재들이 모여드는, 지금보다 수준이 한 차원 높은 도시”라고 주장했다.

7대 강국 진입 비판에 대해선 “우리가 7% 성장을 통해 4만 달러를 달성하면 10년 후 지금의 이탈리아 경제와 비슷해진다는 목표를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측은 모두 광주 토론회가 “전체적으로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면서도 논리 전개 방식과 말투 등을 일부 보완해야 한다는 평가를 내렸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