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 금연의 날’. 흡연이 인체에 해롭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특히 여성의 흡연은 출산과 관련해 더욱 위험하다는 게 의학계 중론이다.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국내 여성 흡연율은 현재 3% 선이다. 세계 금연의 날을 맞아 시험관아기 분야의 권위자인 대구마리아불임클리닉 이성구(46·사진) 원장을 만나 여성 흡연과 출산의 연관성, 문제점 등에 대해 들어 봤다.
이 원장은 1995년부터 지금까지 2만5000여 회에 걸쳐 시험관아기를 시술해 그중 7000여 명이 출생했다.
그는 “임신을 할 여성이라면 절대로 담배를 피워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여성이 임신하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는 바로 흡연”이라며 “흡연은 저산소증을 일으켜 난소(난자 저장고)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담배를 피울 때는 적은 양의 연탄가스(일산화탄소)에 중독되는 것 같은 상태가 돼 핏속의 산소 운반이 제대로 안되면서 만성적인 저산소증이 유발될 수 있기 때문.
그는 “발암물질인 담배의 타르는 난자의 상태를 급격하게 나쁘게 만들어 정자와 난자가 수정이 되더라도 나팔관을 통과해 자궁 안으로 가기가 어려워 자궁외임신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담배를 피우면 자궁 내 산소 공급량이 줄어들면서 자궁근육이 수축돼 수정란이 4, 5일 안에 자궁에 착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흡연으로 난소가 나쁜 영향을 받으면 생리도 빨리 끊어진다고 그는 덧붙였다.
하루에 담배를 10개비 이상 피우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폐경이 1, 2년 앞당겨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임신 중 흡연은 치명적이다. 그는 “제발 임신 중 흡연만이라도 막아야 한다”며 펄쩍 뛰었다.
그는 “흡연 여성의 유산 가능성과 출산 후 영아 사망률은 비흡연 여성에 비해 2배나 높다”라며 “흡연 여성에게서 태어난 아기는 미숙아가 되거나 지능이 낮을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그는 임신 중 하루 10개비 이상 담배를 피우는 여성에게서 태어난 남자아기의 85%가 성인이 됐을 때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미국 시카고대의 연구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흡연 여성 중에는 불임치료를 받으면서도 ‘임신을 하면 끊겠다’고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며 “태아에게 미칠 나쁜 영향을 고려하면 적어도 임신 6개월 전에는 완전히 금연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흡연 여성이 겪어야 하는 또 다른 피해는 ‘남성화’. 담배를 오래 피운 여성은 여성호르몬 분비가 방해받아 남성호르몬이 더 많아진다는 것. 생식기가 위축되고 심지어 몸에 털이 많아지는 현상도 흡연 때문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 원장은 “의학적으로 볼 때 흡연만큼은 남녀평등이 아니다”며 “임신과 관계없이 여성의 흡연은 남성에 비해 건강상 피해가 훨씬 더 심각하다”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