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나 부녀자 등에게 전화를 걸어 현금지급기 앞으로 유인해 돈을 빼내가는 속칭 '보이스 피싱'으로 사기행각을 벌여 온 중국인 불법체류자와 중국인 유학생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경찰관이나 검찰청 직원, 신용카드 회사 직원 등을 사칭하며 노인과 부녀자 등을 상대로 사기를 한 혐의로 31일 중국인 불법체류자 B(21) 씨 등 10명을 구속하고 이들에게 돈을 받고 통장을 넘긴 경북 모 대학의 중국인 유학생 H(23) 씨 등 7명을 입건했다.
경찰은 이들에게서 예금통장 25개와 현금 3066여만 원, 현금카드 86장, 휴대전화 16개, 위조 여권 등을 증거물로 압수했다.
B 씨 등은 16일 중국 내 다른 공범을 통해 김모(62·여·대구 동구 방촌동) 씨에게 전화를 걸어 "검찰청 직원인데, 당신의 신용카드 명의가 도용돼 범죄에 이용될 수 있다. 신용카드에 연결된 은행계좌의 돈을 다른 계좌로 옮겨야 한다"고 속였다. 이들은 이런 수법으로 김 씨를 은행 현금지급기 앞으로 유인해 현금 990만 원을 계좌 이체로 빼내가는 등 지난달 16일부터 27일 까지 50여 명의 은행계좌에서 10억 원을 빼내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H 씨 등 중국인 유학생들은 B 씨 등의 부탁을 받고 국내 금융기관에 장기체류자 자격으로 계좌를 개설해 예금통장을 만들어 개당 25만 원을 받고 판 혐의다.
경찰조사결과 B 씨 등 구속된 10명 가운데 7명은 유학생 자격으로 국내에 들어온 뒤 체류기간이 지난 뒤에도 귀국하지 않고 통장 모집책, 전화담당, 현금인출책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이 같은 범행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이 중국 현지에 콜센터를 설치해 금융 관계자 등을 사칭해 국내에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신상명세를 파악한 뒤 범행을 해온 것으로 보고 중국 콜센터 등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