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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교민사회 갈등 부추기고 편 가르는 平統

입력 | 2007-05-31 22:54:00


평화통일 정책에 관한 대통령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평통)의 해외 자문위원 교체를 둘러싸고 동포사회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청와대와 해외공관에는 다음달 새로 선임하는 해외 자문위원 2000여 자리를 노린 청탁이 줄을 잇고 경쟁자 간에 인신공격이 난무하는 형편이다. 더욱이 진보성향 인사들로 자문위원을 대폭 교체할 방침이라는데 이 정부의 고질병인 편 가르기가 또 도지는 모양이다.

자문위원 쟁탈전은 1만5000여 명의 국내 자문위원 선임을 놓고도 마찬가지다. 평통은 1981년 설치된 헌법기관이고 자문위원은 무보수 명예직이다. 그럼에도 치열한 다툼을 벌이는 것은 그 직함이 주는 보이지 않는 영향력 때문이다. 지역사회 유지로 행세하면서 1년에 한 차례씩 의장인 대통령을 직접 만나 함께 사진을 찍는 것도 해외교민 사회와 지역사회에서는 특전으로 인식되는 것 같다.

더욱 큰 문제는 집권세력이 평통을 정치적 전위대로 이용하는 점이다. 통일 정책을 논의하는 기구이기보다는 정권과 대통령의 일방적 정책 홍보 수단으로 변질되기 일쑤다. 노무현 대통령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와 관련해 “옛날 국방장관 참모총장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별 달고 거들먹거리고…”라는 군(軍) 비하 발언을 한 것도 작년 12월의 평통 자문회의 자리에서다.

평통의 뿌리는 1970년대 유신 시대의 통일주체국민회의이다. ‘장충체육관 선거’로 대통령을 선출하던 독재정권의 유산이란 점에서 평통을 해체하자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민주화 시대 이후 평통 폐지를 공약했던 대통령 후보들도 당선되면 논공행상을 하고 선심을 쓰기 위해 조직을 존치시켰다. 자문위원 선정 방법이 공정하고 투명하지 못해 교민사회의 갈등을 부추긴다면 해체론은 더욱 힘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평통 부의장 시절 자문위원을 대폭 교체한 데 이어 김상근 현 부의장은 자문위원 절반 이상을 진보적 인사로 채우겠다고 언명했다.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은 지분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평통이 진보 과잉으로 이념 갈등을 부르지 않을지 걱정스럽다.